영화

영화 '이프 온리' 사랑하는 법, 그리고 사랑 밥는 법

NeoTrois 2019. 8. 4. 15:23

길 정거 감독의 영화 <이프 온리>(2004)는 데자뷰 현상을 소재로 삼아 사랑의 의미를 진지하게 탐구했다. 데자뷰는 처음 경험하는 일임에도 이미 경험한 일처럼 느끼거나 꿈속에서 본 적이 있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이다.

<이프 온리>의 주인공 이안(폴 니콜스 분)은 투자설명회를 준비하다 여친 사만다(제니퍼 러브 휴이트)의 졸업연주회를 깜빡한다. 사만다는 투자설명회에 가는 이안을 격려하고 나중에 졸업연주회에 오라고 한다. 졸업연주회에 늦게 나타난 이안에게 화가 난 사만다는 택시를 잡아타고 가다 교통사고로 죽고 만다.

다음날 아침, 이안은 사만다의 일기장을 울면서 본다. 그 때 "그거 보면 죽음이야"하는 사만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죽은 줄 알았던 사만다의 목소리는 이안을 기절초풍하게 만든다. 죽었던 그녀가 살아 돌아와 어제와 같은 하루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이안이 당구장에서 어제 만났던 친구들에게 오늘도 만나 이 이상한 일을 말했더니, 친구들은 모두 믿지 않는다. "그것은 특수경험이라고, 영혼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하지. 영혼이 노크하면 문을 열어줘야 돼는 거야. 데자뷰하곤 달라." 특수경험이건 뭐건 이안은 어제와 똑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어제 사만다가 타고 가다 사고를 일으킨 택시를 저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이안의 모습을 <이프 온리>는 측은하게 묘사한다. 그 택시만 피하면 사만다가 살 수 있을 것이므로.

그 택시를 잡아탄 이안은 기사에게 택시비를 주려고 하자 기사는 말한다. "그녀를 가진 걸 감사하며 사세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빨리 내리세요. 택시비는 됐어요. 어제 냈으니까." 그렇다, 그건 이안의 꿈이 아니었고, 분명 이안이 어제도 이 택시를 탔다는 말이 된다.

비로소 그게 꿈이 아닌 피할 수 없는 운명임을 직감한 이안은 사만다와 마지막 대화를 시도한다.

"인생에서, 하루 밖에 못 산다면 뭘 하고 싶어? " "질문이 썰렁하네."

"알고 싶어" "글쎄 마지막 하루라... 구두부터 산 다음 아이스크림 퍼 먹고 일류 속옷 모델하고 진하게 연애해야지. 뻔한 걸 뭘 물어? 정답은 하난데. 자기하고 보내야지."

"정말?" "당연하지. 같이 있을 거야, 지금처럼. 아무 것도 안하고."

"그게 다야? 다른 건?" "둘이 아닌 하나가 된 느낌, 진정 한마음이 되는 거야. 사소한 것부터 심오한 것까지 내 소망처럼 그렇게만 된다면 죽음도 두렵지 않아."

"사랑해 " "그거야"

사만다의 사랑을 확인한 이안은 드디어 그녀 대신에 죽기로 결심한다. 그 택시를 타고 사만다가 사고를 당한 11시가 되는 순간, 몸으로 사만다의 몸을 감싼다. 

고풍스런 아름다움과 현대적인 매력이 공존하는 런던을 배경으로 한 영화 <이프 온리>는 제니퍼 러브 휴잇이 직접 부르는 "Love will show you everything", 'Take my heart back'의 선율로 달달한 슬픔을 더한다.

그렇다면 <이프 온리>에서 이안이 경험했던 그 세계는 뭘까? 워크홀릭이었던 이안은 제대로 사만다에게 사랑을 베풀어주지 못했다. 사만다를 언제가 잃을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이 생겼을 것이다.

그 죄의식은 사만다의 졸업연주회조차 까먹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극에 달했고, 그것은 이안으로 하여금 사만다에게 뭔가 해줘야 한다는 초조감을 불러 일으켰을 것이다.

이안은 운명처럼, 그가 예견한대로 사만다를 영원히 사랑하는 방식을 택한다. 촉촉이 비에 젖은 런던의 거리를 걷는 이안과 사만다의 모습이 생생하다.

So thank you for being the person who taught me to Love. And to be Loved.
사랑하는 법을 알려줘서 고마워. 또 사랑 받는 법도- 이안이 사만다에게

* 데자뷰를 설명하는 여러 학설이 있지만,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된다. 첫째, 데자뷰는 과거의 망각한 경험이나 무의식에서 비롯한 기억의 재현이라는 것.

그것이 아니라면, 인간은 정보를 코드화하여 뇌에 저장하기 때문에 두 가지 정보가 서로 다르더라도 코드가 같으면 같은 정보로 받아들여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그 두 번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