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내일의 금맥, 투자와 투기의 역사

NeoTrois 2019. 8. 3. 12:41

<내일의 금맥>은 동서고금의 투자와 투기의 역사들을 흥미진진하게 묘사한 소설같다.

저자 마크 파버는 고대에서 금세기까지 이어진 제국의 흥망성쇠, 대도시의 탄생과 쇠락, 인류 역사를 뒤흔들어 놓은 위대한 발명, 경제사회적 대변환들과 함께 했던 투기의 역사들을 <내일의 금맥>에 상세하게 기술했다.

2003년도에 출판된 책이지만 그가 제시한 투자의 큰 줄기, 금융시장의 변화, 경제전망 방법론들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제상황과 미국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미국 달러가 아주 많이 평가절하될 것이고, 유로와 엔화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투자자들의 돈은 어디로 갈 것인가?

달러에서 탈출한 돈이 유로와 엔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금으로 더 많이 몰릴 것이라고 마크 파버는 2003년에 발행된 <내일의 금맥>에서 예언적으로 말했다.

<내일의 금맥> (TOMORROW'S GOLD :ASIA'S AGE OF DISCOVERY), 마크 파버(Marc Faber) 저, 구홍표, 이현숙 역, 필맥, 2003. 11. 20. (2008년도에 개정증보판이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다. 이 글은 2003년도 초판에 대한 리뷰이다. 개정증보판을 서점에서 슬핏 보니 그래프와 표들, 그리고 내용이 많이 추가되어 탐이 났지만, 초판의 견해들을 유지하고 있었므로 달리 개정증보판을 구입하지는 않았다)

마크 파버는 아시아 지역을 비롯한 신흥시장 투자의 전문가로 꼽힌다.

1987년 블랙먼데이, 1990년의 일본경제 거품 붕괴,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 등을 경고해 ‘닥터 둠 앤 글룸(Dr. Doom and Gloom)’ 또는 ‘닥터 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마크 파버는 1973년도에 처음으로 홍콩으로 갔다. 1973년도라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4,435달러에 불과한 시절이었다. 마크 파버는 그 당시 아시아 국가들의 궁핍한 현상들을 이 책에 상세하게 묘사했다.

그가 투자의 세계에서 황무지와도 같았던 가난한 아시아로 왜 날아갔는지 <내일의 금맥>을 읽어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세상에는 수 많은 투자전략가들이 저마다 가치투자 또는 성장주 투자를 외친다.

워렌 버핏은 심지어 팔 주식은 사지도 않는다면서 '매수후 장기보유 전략'을 극단적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혹자는 저PER주만이 성공투자로 이끌어 준다며 많은 통계를 제시하기도 한다. 투자자로선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그러나 마크 파버의 간단명료한 다음의 주장은 세상의 수 많은 투자전략으로부터의 혼란을 단숨에 잠 재운다.

"투자의 세계에는 철칙이 하나 있다. 그것은 장기투자에서 초과수익은 단지 일시적으로만 가능할 뿐이라는 것이다. 1954년부터 2001년까지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수익을 기준으로 볼 때 S&P500의 상승률은 연평균 1.4%에 지나지 않는다.

1951년부터 1999년까지 미국기업들 가운데 수익증가율이 5년 연속 20%이상인 기업은 10개중 하나꼴이었고, 10년 연속 20% 이상의 수익 증가율을 기록한 기업은 100개중 3개였다. 15년간 연속해 20%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한 기업은 단 하나도 없다."

흔히 장기투자자들은 투자기간을 길게 가져 갈때에만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단기 이익에 치중하는 모멘텀 투자를 경시한다.

장기투자자들이 주로 제시하는 통계자료는 수익률 극대화에 유리한 기간만을 분석대상으로 삼는 통계의 오류를 교묘하게 저지른다. 

그러나 장기투자자들이 제시하는 투자기간보다 조금만 더 늘려 잡으면, 수익률은 제로가 돼버리고 만다.

(파산한 기업이 있을 경우는 제외하고서도 말이다.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그 짧은 기간에 파산을 거듭했는지 생각해 보라)

마크 파버가 파악하는 글로벌 투자자금의 매카니즘은 간단하다.

주식시장이 정점에 왔다고 판단하게 되면 투자자들은 다른 투자대상을 찾기 시작한다. 투기가 온 세상을 휩쓸게 되면 그 파도는 갑자기 끝나지 않는다.

투기의 파도는 당분간 더 계속되면서 부동산, 1차산품, 예술품 등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그러면서 투기의 파도가 서서히 약해진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투기판이 끝날 때쯤이면 명민한 투자자들과 기업 내부자들은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것을 알아챈다.

상투를 직감한 그들은 주식을 팔아 이익을 실현하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자산들로 자금을 옮겨 간다. 그들이 떠나고 난 자리는 재앙과도 같은 파국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지난 30여 년간의 대형 재료들을 들어보면, 1970년대에는 금, 석유, 천연가스, 외환이었고, 1980년대에는 일본 주식시장이었으며, 1985년~1997년에는 신흥시장, 그리고 1990년대는 미국 주식시장이었다.

그리고 1997년 외환위기 직전의 우리나라도 대형 재료로서 기능했을 것이다.(한국의 외환위기에 대하여 분석한 마크 파버의 통찰은 특히 눈에 띈다)

그러나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매번 새로운 조류의 뒷북만 치고 만다.

투자 게임의 법칙은 항상 변하고, 재빠르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는 투자자들이 너무 순진하다.

달러 기준으로 볼 때 한국, 대만, 인도네시아, 인도는 1989년 ~ 1991년에 피크를 쳤음에도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직전까지 세계의 모든 금융회사들이 미국 시장보다 아시아 시장에 더 많은 투자를 했다고 지적한 마크 파버는 투자에 있어 낙관론을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낙관론은 종종 들불처럼 온 세계를 뒤덮곤 한다. 그럴 때 사람들은 모두에게 번영과 부를 가져다 줄 '신시대의 새벽'을 눈 앞에 보고 있다고 느낀다. 

그러나 이런 신시대 개막의 느낌은 실제로 새로운 시대의 새벽이 아니라 흔히 그 저녁 때 투자자들을 사로잡는다. 투자열풍은 바로 그 저녁에 생긴다. 

1720년대의 사우스시 회사 거품, 19세기 운하, 철도, 부동산 붐, 1920년대 후반의 미국 주식시장 붐, 1970년대 말의 쿠웨이트 주식, 부동산 붐 등이 그렇다.

서점 진열대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자리에 경제와 주식시장에 대한 책이 진열되기 시작하는 것은 열풍의 표시다. 1990년대 말에는 주식시장에 관한 책과 성공한 하이테크 기업 경영자들에 관한 책이 서점 진열대의 가장 앞줄에 배열됐다."

개인 투자자라면 서점에 갈 때마다 투자관련서적의 배치를 눈여겨 보는 것도 투자 참고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시장이 천장에 다다를 즈음이면 하이에나 같은 그들은 투자서적을 출판하여 마지막 남은 투자자들의 돈을, 더 늦기 전에 뜯어가기 위해 혈안이 된다.

사기꾼들은 활황이 아니고서는 쓰레기와 다를 바 없는 자신들의 책들이 팔릴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대체로 ○○○ 비법 같은 과장된 제목을 딴 투자서적은 십중팔구 쓰레기일 가능성이 높다.

마크 파버에 따르면, 1980년대 중반 이후 아시아의 급격한 경제성장은 미국의 소비 증가에 힘입어 아시아의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

미국은 레이건 행정부 시절에 재정적자 확대를 통한 팽창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소비를 부추겼다. 1990년대 들어서는 아시아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었음에도 각국이 수출 대신 신용의 과도한 확대와 이로 인한 과잉투자로 활황을 유지시켰다.

이 때문에 당시 아시아의 경기순환이 억지로 늦춰져 부작용이 빚어졌다.

특히 호텔을 비롯한 부동산 분야로 비정상적인 투자가 집중되어 질적인 측면에서 신용의 불균형 현상이 초래돼 경제 시스템이 무너지고 말았다고 마크 파버는 지적한다.

1990년대에는 신흥경제 국가들의 채무에서는 시장의 변동에 영향을 적게 받는 은행 등이 아니라, 실적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뮤추얼펀드나 헤지펀드와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돼 변동성을 키웠다고 한다.

이 대목에 이르면, 그 당시 우리나라가 얼마나 한심했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로부터 약 30년이 흐른 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마크 파버는 금리의 장기추세라는 관점에서 미국 제국은 이미 정점을 지났다고 말한다.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오이겐 뵘 바베르크에 따르면, 사회의 지적, 도덕적 힘이 강해질 수록 (자유시장) 금리는 더 낮아지는데, 미국이 1960년에 금리 저점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과잉 통화와 대출로 생긴 거품이 마침내 터질 때 가격을 지지하거나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통화를 또 늘리면 인플레이션과 화폐가치의 하락이 오기 마련이다.

모든 거대한 제국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고 금리가 올라가면서 화폐의 평가절하가 이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마크 파버는 미국이라는 제국이 몰락한 자리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신흥경제들이 채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과 인도의 세계경제시장 편입은 15세기의 대발견 시대와 19세기 산업혁명 못지 않은 경제변화로, 아시아 국가들은 향후 중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권으로 통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시아의 신흥경제는 10년안에 베트남이 뒤를 이을 것이고, 그 다음에는 미얀마, 북한, 쿠바, 몽골의 차례가 될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선진국이든 신흥경제 국가든 곤경에 빠진 기업이나 국가의 채권은 종종 위대한 투자기회를 제공한다. 지금 나는 쿠바와 북한의 국가 채권에 투자할 생각을 갖고 있다."

아시아를 향한 마크 파버의 애정은 다음 구절에서도 잘 느껴진다.

"19세기의 침략은 총으로 이루어졌지만 오늘날은 맥도날드, 코카콜라, 하겐다즈, 스타벅스, 할리우드, CNN, 그리고 고금리로 무장한 거대한 자본이동에 의해, 시장개방이 번영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는 교리를 통해 침략이 행해진다. 

1990년대에 세계 시장경제 질서에 편입한 나라들은 과연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준비가 돼 있을까?"

아시아가 세계중심이 되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은 다음의 조언으로 나타난다.

"나는 도시를 번영하게 하는 것은 도덕적 건전성이라고 생각한다. 근검, 절약, 교육, 정확성, 신뢰성 등은 모든 종교가 다 강조하는 덕목들이며, 이런 덕목들이 실천되는 도덕적 건전성이야말로 번영의 열쇠다. 

자유와 관용을 희생시키는 열정이나 광신은 경제 발전을 파괴하는 원인이 된다는 점은 중세의 종교재판과 공산주의 역사가 명백히 보여주었다."

동서고금을 넘나들었던 마크 파버는 중국의 생활수준이 계속 상승하면 세계 1차산품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고, 당연히 1차산품 가격이 상당히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중국이 세계의 주도적인 경제주체로 등장하는 환경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방법은 1차산품 선물을 매입하는 것이라는 투자대안을 제시했다.

마크 파버는 과소소비론, 과소저축론, 과잉생산론, 심리적 과잉투자론, 화폐적 과잉 투자론, 혁신이론 등의 경기변동 이론들은 오늘날의 경제추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특히, 낙관론을 서로 감염시키는 기업가들을 연못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에 비유한 프레드릭 래빙턴의 <경기순환(The Trade cycle)>의 인용은 암시하는 바가 크다.

"결론적으로 나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자본주의를 향한 아시아의 움직임은 역사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대세라고 확신한다." - 마크 파버(Marc Fab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