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픽션 - 뻔한 구애과정, 구태의연한 사랑의 행보

NeoTrois 2019. 12. 5. 23:00

전계수 감독은 <러브픽션>(2012)에서 뻔한 구애과정과 구태의연한 사랑의 행보를 노골적으로 묘사했다. 사랑의 시작은 열정과 달콤함이다. 사랑의 중간은 권태와 식상함이다. 사랑의 끝은 이별, 그것 뿐이다. 

<러브픽션>은 연애의 이 순환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소설가 구주월(하정우)는 서른 하나. 어린 시절부터 '사랑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건만,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하지 못한 모태 솔로다. 구주월은 연애의 이상형 희진(공효진)을 우연히 만난다. 사실 구주월은 처음으로 이상형을 만났다고 생각했으나, 그는 매번 이상향의 여자를 만났다. 단지 그가 기억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녀와의 만남 이후 구주월은 연애 법칙대로 희진을 공략하는데 성공한다. 열렬한 연애편지로 시작하는 달콤한 사랑 고백들, 그리고 이어지는 뜨거운 스킨십.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랑에 빠진 모습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동소이하다.

구주월은 희진의 이른바 겨털(겨드랑이 털)과 자신과는 다른 식성까지도 극복했지만, 그녀의 과거는 끝내 극복하지 못한다. 여자의 과거는 수컷들의 딜레마이다. 구주월의 사랑 또한 희진의 현재가 아닌, 과거로 인하여 무너져 내린다.

구주월은 자신이 희진의 31번째 남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사랑의 권태와 식상함에 빠져든다. 희진의 장점들이 단점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구주월의 연애가 본격적으로 사랑의 종착역인 이별을 향해 질주하는 발화점이다.

(구주월을 나무라지는 말자. 구주월의 반응은 생물학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러브픽션>(2012. 2. 29)

<러브픽션>은 이러한 사랑의 뻔한 순환과정을 하정우와 공효진의 연기로 포장하려 했으나, 결국 지루함을 덜어 내지는 못했다. 주월이 희진의 겨털에 빠져 '액모부인'이라는 제목의 연재소설을 쓴다는 액자식 구성도 그닥 흥미롭지 못했다.

<러브픽션>에서 보인 하정우의 신파조의 대사 톤이나 과장된 행동들도 유쾌하지 않았다. 하정우는 연기의 기복이 좀 있다. <러브픽션>은 하정우의 연기 극단을 잘 보여주는 영화가 되었다. 

이 영화에서 공효진의 연기는 드라마 <동백꽃 필무렵>과 상당히 다르다. 공효진의 연기는 <미쓰 홍당무>(2008)와 큰 변화가 없었다. 처음 본 <미쓰 홍당무>는 신선한 맛이라도 있었으나, 같은 스타일의 연기를 반복적으로 본다는 것은 식상하다.

<러브픽션>은 빤한 수컷들의 구애과정, 그리고 이어지는 사랑의 구태의연한 행보를 두 시간동안 지루하게 보여주었다. 신선함이나 특별할 것 없는 연애담을 두 시간 동안 듣는 일은 고역이다. <러브픽션>이 바로 그런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