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로저 에버트의 '위대한 영화' 리뷰 쓰기의 바이블

NeoTrois 2019. 3. 6. 20:36

로저 에버트의 <위대한 영화>(전 2권)는 영화와 비평이 만나는 행복한 풍경으로 가득찬 책입니다.

로저 에버트는 이 책을 통해 영화를 보는 안목과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영화를 분석하는 저자의 심미안과 통찰력이 빚어낸 간결한 아름다움이 넘치는 문장들은 그대로 영화가 되었습니다.

시카고대학과 일리노이대학에서 영화를 강의했던 로저 에버트는 수십 년간 <시카고 선 타임즈>의 전속 영하평론가로 몸 담았고, <시스켈과 에버트>라는 TV 프로그램에서 트레이드 마크가 된 'Thumb Up or Down'으로 영화 비평계의 지평을 대중적으로 넓히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위대한 영화> 는 에버트가 엄선한 고금의 걸작 200편을 싣고 있습니다. 물론 <위대한 영화>에 실린 200편의 영화가 저자도 말했지만, 영화역사상 최고의 걸작 200편이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영화의 첫 1세기 동안 탄생한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두루 살펴보고 싶다면, 이 책에서 출발하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로저 에버트가 엄선한 영화들은 비할리우드적입니다. 음향과 액션이 난무하고, 요란한 특수효과가 영화의 주제나 배우의 연기를 대체하는 영화들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로저 에버트는 한 편의 영화를 1주일 동안 정지, 재생을 반복해가며 숏 하나하나를 일일이 검토하고 분석하는 열정으로 위대한 영화들을 발굴해 내었습니다.

로저 에버트는 옛날 영화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요즘 학생들이나 관객들의 세태를 걱정합니다. 에버트가 보기에 요즈음 영화들은 관객들을 영화의 내러티브 속으로 끌어들이는 흡인력을 상실하였고, 관객들은 철학인 담긴 영화들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인내심을 상실하였습니다.

그러한 영화적 세태는 로저 에버트로 하여금 영화 관객들에게 미개척지로 남아 있는 영화사의 걸작들을 되돌아보는 긴 리뷰 시리즈를 시작하게 하였습니다.

연예인 소식, 박스오피스 결과 분석, 기타 저급한 기사들만 다루던 당시(1997년) 미국의 영화 저널리즘 속에서도 에버트의 고전영화 평론들은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위대한 영화>를 보고서 저 또한 에버트의 리스트에 오른 영화를 모두 보겠다는 다짐을 한 적이 있었고, '숏 바이 숏' 분석의 열정에 사로잡혀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에버트의 영화들을 다 보기도 전에 <위대한 영화>에는 한국 영화가 단 한 편도 소개되지 않았다는 불평을 핑계로 <위대한 영화>들은 세사에서 묻혀 잊혀지고 말았습니다.

이제 다시 로저 에버트의 책을 펴 듭니다. 언제 봐도 그의 문장들은 영화만큼이나 사람을 끌이들이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로저 에버트의 글을 읽으면 그가 얼마나 영화를 사랑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다시 에버트와 함께 영화 여행을 하고 싶어집니다. 로저 에버트는 어쩌면 영화 고고학자입니다. 에버트의 빛나는 문장으로 되살아난 고전들을 다시 챙겨보고 싶습니다.

<위대한 영화>를 일별하고 나면, 영화배우들의 목소리들이 생생하게 들려오면서 위대한 영화감독들과 아마도 친구가 되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단편들을 통해 영화사 전체를 꿰어볼 수 있는 안목도 덤으로 생겨날 것입니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깊은 층위에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영화를 사랑하시는 분이라면, <위대한 영화>를 만나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