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존 포드와 존 웨인의 '수색자', 웨스턴 무비의 전설

NeoTrois 2019. 6. 8. 00:29

존 포드의 <수색자>(1956)는 웨스턴 무비의 전설이라 해도 좋을 영화다. <수색자>를 정점으로 웨스턴 무비는 서서히 종말을 고했다. 그리고 존 포드는 웨스턴 무비와 동의어가 되었다.

<수색자>에는 수많은 웨스턴 무비와는 분명 다른 실루엣이 일렁거린다. 웨스턴 무비의 도식과도 같았던 악당과 정의에 불타는 총잡이의 대결구도가 이 영화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근접 총격전이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 것을 보라!

전직 보안관 이든 폴리(존 웨인)는 남북 전쟁 때 남부 동맹군에 참전하였으나 전쟁이 끝나고도 3년 동안이나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마침내 그가 집에 돌아와 처제 '마사'를 바라보는 애절한 눈빛에 그간의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인디언 코만치의 습격으로 동생의 집이 불타고 있을 때 그가 절규하듯 부르는 '마사'라는 이름은 그가 왜 3년 동안이나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고 배회하였는지를 암시한다.

마사는 이든의 증오와 복수심을 불타오르게 하여 그로 하여금 5여년을 황야에서 떠돌아다니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수색자>는 표면적으로 이든이 남군을 상징하는 칼을 늘 휴대하게 하여 남북전쟁에서의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여 반군에 합류하여 싸웠으며, 동생가족이 인디언에 의해 몰살당하고 인디어인이 납치해간 조카딸 루시와 데비를 구해오기 위하여 집요한 추적을 시작하였다고 에둘러 말한다.

존 웨인은 데비를 구해 마틴과 함께 돌아오지만, 진작 자신은 돌아갈 세계가 그 어디에도 없다. 어떤 시대를 살든 그것이 사나이들의 운명이라고 <수색자>는 조사처럼 말한다.

미국 서부영화의 고향 모뉴멘트 밸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든의 기나긴 추적은 한편의 아름다운 서정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이든을 따라나선 '마틴'과 '로리'의 연애감정의 변화도 볼만하다. 로리 역을 맡은 베라 마일즈는 바로 그 유명한 알프레드 히치콕의 <싸이코>의 여인이었다.

<수색자>에서 이든은 인디언 혼혈인 마틴을 한 번도 가족으로 생각하지도 않고, 그 감정도 숨기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이든은 철저하게 인디언을 경멸하는 인종주의자의 화신으로 등장한다.

그의 기나긴 복수의 여정은 동생 가족도, 마사도 아니고 더구나 조카딸의 구출은 더더욱 아닌, 인디언 그 자체에 대한 복수였는지도 모른다.

드디어 인디언 추장 '스카'를 찾아낸 이든은 경멸하듯 내뱉는다. "인디언치고는 영어를 잘하는군. 누가 가르쳐줬나 보지?"

그러나 감독은 인디언 추장에게 백인 이든과 동등한 발언권을 영화에서 부여한다. "백인치고는 코만치어를 잘하는군. 누가 가르쳐줬나 보지?"

우유곡절 끝에 조카딸 데비를 구한 이든은 말한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가족의 죽음을 목격하고, 가족을 살해한 인디언 추장과 결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백인 아이 데비. 이제 서부공동체에서 또 다른 삶을 살아가야할 데비.

영화는 이든이 데비를 구해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끝나지만, 무엇인가 끝나지 않은 여운을 길게 남긴다.

사람들이 데비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간 사이, 이든은 홀로 문 밖에서 잠시 서성이다 돌아온 길을 밟아 붉은 황혼 속으로 사라진다. 서부의 사나이가 역사 속으로 퇴장하는 순간이다.

1956년의 고루한 오스카는 이 영화를 단 한 부분에도 노미네이트하지 않았지만, 이든 역을 맡았던 존 웨인은 이 영화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아들 이름을 이든으로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