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두아르도 포터의 <모든 것의 가격>(김영사, 2011)은 가격이 우리의 삶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가를 탐구한 책입니다.
에두아르도 포터는 일상적인 거래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문화적인 문제, 환경과 노동의 문제, 행복과 신앙의 문제들을 가격이라는 관점에서 흥미롭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돈을 들여서라도 가급적이면 많은 아내를 얻어 종족 보존의 성공률을 높이려는 문화가 있는가 하면, 딸을 시집보낼 때 부담하는 지참금 때문에 여자 아이를 기피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저자의 주장들은 사람들이 다양한 선택을 할 때 여러 대안들의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격이란, 여러 대안들이 가진 이윤과 비용을 우리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평가한 것을 뜻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이러한 관점은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여러 가지 가격들이 역사적으로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사실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다음에 인용하는 종교와 여성 체형에 관한 저자의 주장들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파스칼의 내기'의 허점을 밝힌 저자는, 가톨릭교회의 신자가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 사람들이 더 이상 신을 믿지 않아서가 아니라 개신교의 경우보다 신도가 되는 비용이 낮기 때문이라는 경제학자들의 주장에 지지를 보냅니다.
여성 가격의 변동에 따라 인간의 결혼제도가 일부다처제에서 일부일처제로 이행되어 왔으며, 짝짓기 놀이에서 성공할 수 있게 설계된 커다란 가슴과 잘록한 허리의 체형이 날씬한 체형으로 진화되었다는 분석은 흥미롭다고 할까요?
치밀한 통계인용과 풍부한 사례 인용으로 자신들의 논거를 뒷받침하는 외국인 저자들의 책을 읽을 때마다 감탄하곤 합니다. 이 책의 저자 에두아르도 포터 또한 수많은 논거들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과거 한국의 성비 불균형에 대한 통계인용도 매우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가격이 인간의 선택을 거의 전적으로 좌우한다는 에두아르도 포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확실히 우울한 면이 있습니다.
다행히 에두아르도 포터는 인간을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만 파악하지 않고, 뜨거운 감정을 지닌 인간이라는 행동경제학의 관점도 견지하여 생생함을 보충합니다.
가격의 메카니즘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합니다. 나아가 인간존재와 문화현상에 대하여 관심있는 분들도 <모든 것의 가격>을 통해 신선한 관점을 만나볼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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