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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스트리트 게임의 법칙(원제 : Monkey business)

NeoTrois 2019. 3. 31. 12:26

<윌스트리트 게임의 법칙>은 하버드와 와튼스쿨 MBA 출신의 두 젊은이의 욕망과 좌절, 그리고 자아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과감없이 담은 참회록입니다. 

두 젊은이는 존 랄프(John Rolfe), 피터 트룹(Peter Troob)입니다.

이 책은 랄프와 트룹이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를 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꼭 한 사람이 쓴 것 같이 읽힙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하여 영혼까지도 소통할 수 있을 정도로 절친한 친구였다고 하네요.

랄프와 트룹은 하버드와 와튼스쿨 MBA에서 투자은행에 입사하여 2년 남짓한 투자은행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고군분투 했는지를 정직하면서도 재기 넘치는 문체로 그렸습니다.

그들은 젊은이답게 꿈과 영광을 꿈꾸었고, 마침내 투자은행 입사라는 꿈을 이루었습니다. 그들에게는 비젼과 영감이 필요했고 성취해야 할 목표와 대상이 있었던 것입니다.

꿈과 야망을 향하여 매진해 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항상 아름답게 보입니다.

그들은 크게 성공하기를 꿈꾸었고, 목표를 이루고 인생을 즐기기를 원했습니다. 그들의 비전은 흔히 젊은이들이 꿈꾸기를 좋아하듯이 나약한 인간들 틈에서 거인처럼 우뚝 서는 것이었죠.

그 지름길로 랄프와 트룹은 도널드슨 러프킨앤젠레트(Donaldson, Lufkin & Jenrette 이하 DLJ)을 택했습니다. 

DLJ는 1959년에 설립되어 한때 월스트리트 최고의 투자금융회사로 명성을 날렸으나 2000년 8월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에 인수된 회사입니다.

서른 살이 될 때까지 막강한 부, 권세, 지적인 도전, 행복 그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 될 것이라고, 찬란한 꿈들이 영혼 속에 불타오르는 가운데 그들은 투자은행에 지원하기로 결심했던 것이죠.

그들의 이야기는 지나치게 정직하고 때론 성적 욕망들을 여과없이 드러내어 민망스럽게도 만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랄프가 DLJ에 입사하게 된 것은 어쩌면 실력 때문이 아니라, 그의 여자친구 베로니카 덕분 때문일 수도 있다고 회상을 하는 장면이 그렇죠.

베로니카의 매력적인 가슴이 당구대에 걸려 출렁거리는 틈을 타서 그녀는 DLJ 채용관 이브스를 사로잡았고, 그녀의 적절한 터치와 포옹 그리고 애교 섞인 눈 흘김으로 교묘히 포장된 베로니카의 감언이설로 자신이 합격했을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윌스트리트 게임의 법칙>에는 투자 은행원들이 어떻게 업무를 수행하는지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은 투자은행에 꿈을 두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많은 참고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특히, 피치북(pitch book, 인수합병 딜 제안서)을 완성해 가는 과정은 문자 그대로 눈물겹습니다. 

초안을 잡는 것에서부터 마지막 인쇄작업을 완료할 때까지 투자 은행원들의 고통들을 고스란히 대리체험할 수 있습니다. (저자들은 소설가 못지 않는 필력을 자랑합니다)

트룹이 시간 내에 복사하기 위해 복사실 직원들을 쉐나니건스클럽에 데려가서 랩댄스(누드 댄서가 관객의 무릎에 앉아 추는 선정적인 춤)를 선사해 준다는 말을 들을 때는, 사람사는 세상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트룹과 랄프는 DLJ에 입사하여 지낸 첫 주와 첫 달은 숨넘어갈 정도로 힘에 부쳤다. 끝도 없이 반복되는 제안서 작성, 조작된 기업가치 평가, 워드프로세싱 부서에 아첨해야 하는 긴긴 밤, 복사실 히스패닉 작업부들에게 바쳐야 하는 뇌물들, 이러한 무익한 것들은 젊은 투자 은행원이 꿈꾸어 왔던 미래가 결단코 아니었음을 차츰 깨달아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빅딜을 주관하고 거물급 뱅커가 되어 윌스트리트를 호령할 그날을 꿈꾸었습니다. 선택받은 인간이라는 착각은 그들을 지탱해 주었고, 그들은 여전히 윌스트리트 드림을 꿈꾸며 이상을 간직한 채 하루 하루를 버텨 나갔습니다.

그들은 거의 매일 책상에 앉은 채 점심을 먹었고, 구내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것조차 근무태만의 신호로 간주되었으니까요.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가 업무의 절정을 이루는 시간인데, 제안서 초안을 짜고, 수익모델을 만들고, 비교분석을 업데이트하고, 필요한 수백가지의 메모를 작성하는 시간이죠.

자정 후 세션은 세벽 2시, 5시, 때로는 오전 8시에 끝나기도 합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적어도 다음 날 아침 일상적인 업무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에라도 임무를 완료하고 장렬히 전사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DLJ는 그들의 빈약한 몸뚱이에서 마지막 한 방울의 기름까지 쥐어짤 수 있는 비법을 알고 있었고, 그들은 새장 안에 갇힌 실험실 쥐처럼 정신없이 뛰어 다녔으며 항상 긴장된 에너지로 충만해 있었죠.

DLJ는 이 착취의 고통을 경감시켜 주기 위해 돈이라는 마약을 사용했던 것이죠. 연봉 20만불을!

랄프와 트룹은 이 모든 쓰레기 같은 삶의 결말은 무엇인지, 깨지고 터지고 망가질 수 밖에 없는 업무 환경, 갑갑한 참호 안에 갇혀 일주일에 100시간 이상 일하는 나날이 그들 삶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자문하곤 했습니다.

적어도 밤마다 꿈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서로에게 확인시켜 줄 수 있었지만, 새벽녘 동이 트면 피할 수 없는 공동 운명을 향해 행진하는 투자은행의 장난감 로봇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깨달아야만 했던 것입니다.

그들의 저녁식사 시간은 모든 상사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스트레스 해소 배출구가 되었죠. 

투자은행원들은 저녁을 거의 사무실에 배달시켜 먹는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100시간을 일하니까, 거의 하루종일 사무실에서 사는 셈이 됩니다.

랄프도 다른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해 주는 여자가 필요했고, 그들과 함께 쾌락을 누리고 싶었으나, 그에게는 여자가 없었습니다.

랄프는 자위를 통해 욕구를 만족시켜야 할 필요성과 본능적인 열정의 분출로 인하여 투자은행 부서에서 가장 튼튼한 팔을 가진 자칭 '6백만 불의 사나이'가 되어 있었다고 자랑합니다.

반면 트룹은 아름다운 애인 마조리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건만, 그녀와 보낼 시간을 도저히 낼 수 없었죠. 

토라진 그녀를 달래기 위해 터키 여행을 약속해 놓고서도 회사일 때문에 터키에 혼자 가있는 마조리를 바람맞혀야만 하는 비열한 트룹이 되어 갔습니다.

내가 거울을 보았을 때 거울에 비친 낯선 사람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 나에게 존엄성 따위는 없었다. 나는 내가 원했던 모습에서 너무 멀어져 있었다. 나는 오직 하나만 생각했다. "닝기리, ····. 이제 더 이상은 못해 먹겠어!" 나는 지옥에서 빠져나와야만 했다.
- 트룹의 생각 중에서

랄프와 트룹의 말처럼 어떤 직업이든 그것이 삶의 전부인양 자신을 던져 일에만 매달리다 보면, 당신이 스스로 멈추겠다고 결심하지 않는 한 영원히 계속되겠죠. 이 책의 책장을 넘기는 독자들이라면, 스스로에게 물게 될 것입니다. 랄프와 트룹이 그랬듯이.

지금껏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서, 우리가 남기고 온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도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우리가 아직도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 <월스트리드 게임의 법칙> 중에서

♣ 랄프와 트룹은 그들의 영혼을 저당잡혔던 DLJ를 용감하게 뛰쳐나와 그들의 새로운 삶을 찾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의 도전과 욕망, 그리고 새로운 삶을 향한 용기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월스트리트 게임의 법칙>(존 랄프(John Rolfe), 피터 트룹(Peter Troob) 저, 최재형 역, 위즈덤하우스,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