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림자 살인> 한국 최초였던 본격 코믹 추리극

NeoTrois 2019. 1. 11. 20:00

<그림자 살인>(2009. 4. 2)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한국 최초의 본격 탐정 추리극이라는 타이틀로 대대적인 홍보를 했던 영화였습니다.

 

개봉 당시 영화관을 나서는 사람들이 ‘완전 코미디’라며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상한 일이죠? 스릴러 영화라면 뭐, 최소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등의 반응이 나와야 정상 아니겠습니까?

 

물론 탐정이 나오기는 나옵니다. 바로 사설탐정 진호(황정민)가 나오죠. 건데 이 사설탐정은 전직 순사였는데, 주로 불륜현장을 급습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죠. 요즘으로 치면 흥신소쯤 되나요?

 

이 사설탐정에게 어느 날 사건의뢰가 들어옵니다. 의학도 광수(류덕환)가 해부실습을 하기 위해 시체를 하나 주워 왔는데, 그것이 하필이면 내무대신의 아들이랍니다.

 

노발대발한 내무대신은 아들을 죽인 범인을 잡아오는 놈에게 거액의 현상금을 걸어두었고, 출세에 눈먼 종로서 순사부장 영달(오달수)은 범인 잡기에 혈안이 되어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범인으로 몰릴까봐 겁이 덜컹 난 광수가 사설탐정에게 진짜 범인을 잡아달라고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사설탐정 진호가 현상금에 눈이 멀어 사건에 뛰어들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영화는 진호와 영달 두 사람 중에서 범인을 누가 먼저 잡느냐에 초점을 맞추지 않습니다. 순사부장 영달과 사설탐정이 사건의 단서들을 해석하는 두 사람의 태도에 더 방점을 찍으면서 영화는 코믹하게 달립니다.

 

진호는 말이 사설탐정이지 우리가 숱하게 보아왔던 추리소설 속의 천재적인 탐정들과는 클래스가 다른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탐정에게 필요한 예리함도, 직업의식도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어리바리 진호는 의학도 광수의 의학지식과 정체불명의 여류 발명가 순덕(엄지원)의 도움으로 용케 사건의 실체를 추적합니다. 진호가 만시경과 은청기를 들고 수사를 하는 장면은 코믹 그 자체이지만 말입니다.

 

아마도 “본격 탐정 추리극”이라는 카피에 현혹되어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적잖이 실망했을 것입니다. 차라리 본격 코믹 추리극이라는 홍보를 하였다면 성과가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일제 강점기의 경성거리를 재현한 영상을 보는 재미와 진호가 한옥 지붕을 넘나들며 주택가를 달리는 추격신은 할리우드 영화만큼이나 볼 만 했습니다.

 

황정민은 이 역할로 <너는 내 운명>(2005)의 숫기어린 노총각도, <바람난 가족>(2003)의 풋내기 변호사도, <달콤한 인생>(2005)의 지글지글한 백사장도 아닌, 새로운 캐릭터를 필모그래피에 하나 더 보태었습니다.

 

♣ <그림자 살인>은 박대민 감독의 데뷔작이며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제7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된 감독 자신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