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기막힌 '상상력 사전'

NeoTrois 2019. 10. 25. 15:53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2011)은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펼치는 기묘한 지식의 성찬이다. 묘한 이름만큼이나 신비한 작가. 이 사전은 그가 열네 살 때부터 써온 혼자만의 노트라고 한다. 

<상상력 사전>을 읽어보면 베르베르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 많이 나온다. 이 소설가는 과학적이다. 특히 진화생물학에 조예가 깊다. 

그래서 이 사전에 신화와 생물에 관한 이야기가 풍성하다. 풍성하면서도 짜릿한 재미를 선사하는 신선한 반전들이 불쑥불쑥 나온다. 인류의 기원과 미래에 대하여 상상력이 자극되는 이야기들이다. 

한 인간이 이토록 많은 분야를 파고들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빈대들의 성'을 고찰한 꼭지를 간추려서 들어보자. 

빈대들의 성행위에 나타나는 첫 번째 특성은 지속 발기증이다. 어떤 놈들은 하루에 2백 넘게 관계를 갖기도 한다.두 번째 특성은 동성애다. 빈대들의 짝짓기 중 50%는 동성애에 해당하고, 20%는 다른 종의 동물들과 이루어지며, 나머지 30% 만이 빈대의 암수 사이에 행해진다. 

왜? 암수구별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세 번재 특성은 송곳 생식기다. 수컷들은 주사기 바늘과 같은 생식기를 가지고 정액을 머리든 배든 다리든 등이든 아무데나 주입한다. 심지어 암컷의 심장에 정액을 찔러 넣는 경우도 있다! 네 번재 특성은 처녀 생식, 이는 수컷들이 한 번 사정할 때마다 쏟아 내는 정액의 양은, 사람으로치면 무려 30리터에 달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빈 대들의 기상천외한 특징들은 여덟 번째까지 이어진다. 

마지막은 원격 사정이 가능한 대포 생식기란다. 

반면 무미건조한 이야기들도 많다. 시시콜콜한 빵 만드는 방법이라든지, 마방진 이야기들이 그렇다. 

한국에 고양이가 들어온 것은 중국에서 불교가 전래될 때라고 말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경전을 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양이를 함께 들여왔다고 한다. 일본에는 헤이안 시대에 고려인들을 통해서 고양이가 전해졌다는 뿌듯한 사실도 전해준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이세욱, 임호경 옮김, 열린책들, 2011)

경탄할만한 것은 베르베르의 역사를 보는 눈이다. 지구의 역사를 일주일이라는 시간으로 환치하면, 하루는 대략 6억 6천만 년에 해당한다. 

일요일 0시에 시작된 지구의 역사는, 월요일과 화요일과 수요일 오전까지는 지구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수요일 정오가 되어서야 생명이 박테리아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목요일에서 일요일 오전까지 박테리아가 증식하고 새로운 생명 형태로 발전한다. 

일요일 오후 4시쯤에 공룡이 나타났다가 다섯 시간 뒤에 사라지고, 일요일 자정 3분 전에야 비로소 인류가 출현하기 시작한다. 자정 15초 전에 최초의 도시들이 생겨난다. 자정 40분의 1초 전, 인류는 최초의 핵폭탄을 투하하고 달에 첫발을 내디뎠다. 

우리는 기나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의식을 가진 새로운 동물"로 존재하기 시작한 것은 겨우 한 순간 전의 일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제 밤이면, 가을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귀뚜라미 소리가 어디선가 들린다. <상상력 사전>은 이러한 밤, 한 꼭지씩 읽으면 제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