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장미의 이름> 지식 독점자와 지식 탐구자

NeoTrois 2018. 12. 15. 00:00

영화 <장미의 이름>(1986)은 1327년 이탈리아 북부의 베네딕트 수도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소재로 지식을 독점하려는 자와 지식을 탐구하려는 자의 사투를 그린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작품입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이탈리아의 기호학자이며 철학자인 움베르토 에코가 52세 때 발표한 첫 장편 소설이에요. 움베르토 에코는 여자 친구의 청을 받아들여 이 소설을 썼다고 하는데, 그 여자 친구가 역사에 남을 아주 큰일을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배우 숀 코네리가 <장미의 이름>의 영화화를 장 자크 아노 감독에게 제안했는데, 장 자크 아노 감독은 2년 동안 거절하다 그를 직접 만나보고는 그에게 반해 제작자와 움베르토 에코를 설득해 크랭크인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숀 코네리의 “이보게, 젊은이”라는 한마디에 감독은 수사 윌리엄 역에 숀을 낙점했다고 해요.

 

장 자크 아노 감독은 원작의 철학적인 부분들을 상당 부분 걷어내고, 음모, 타락, 폭력, 독선의 악취를 풍기는 수도원의 이야기를 <장미의 이름>에서 잘 묘사했습니다.

 

영화 <장미의 이름>의 줄거리는 의문의 죽음이 연속되는 식으로 전개돼요. 베네딕트 수도원에서 채식 수사 아델모의 시체가 발견되자, 프란시스코 수사인 윌리엄과 그의 수련 제자 아조는 셜록 홈스처럼 연쇄 살인 사건을 추적합니다.

 

그러나 윌리엄과 아조가 사건을 수사할수록 수도사들의 의문의 죽음이 계속 일어나고, 그 와중에 아조는 빈민가 마을 소녀와 수도원에서 뜻하지 않게 정사를 나누게 되는데요, 15세의 어린 배우가 원시적 욕망으로 충만한 정사신을 연기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사건의 실마리가 장서고에 보관되어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유일한 필사본 <시학> 제2권과 관련되어 있음을 직감한 윌리엄은 마침내 장서관에 묻힌 비밀을 풀어내고 불타는 장서고에서 몇 권의 서책만을 품에 앉고 탈출에 겨우 성공해요.

 

오래 전에 제작된 <장미의 이름>은 미스터리나 서스펜스의 강도는 약합니다. 그러나 중세 암흑기의 생활상, 정통과 이단에 대한 중세적 세계관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어요. 특히 기독교의 자부심이던 베네딕트 수도원의 장서관이 불타버리는 장면은 압권입니다.

 

장서관을 관장하는 늙은 수도사 호르헤는 이렇게 외치죠.

“지식은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보존하는 것이다”

 

중세 도서관들은 호르헤의 외침처럼 서책들의 열람보다는 보존에 집착했고, 지식의 통제를 통해 권력을 독점하려 했던 것이지요.

 

영화 <장미의 이름>을 보면서 중세 시대의 책과 지식을 사랑했던 사서들의 삶과 필사의 정신을 느꼈어요. 그리고 인터넷 시대인 지금도 정보를 통제하고 독점하려는 호르헤 같은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영화에서 숀 코네리는 수도사의 모자를 쓰고 다닙니다. 감독은 그가 모자를 벗기를 원했으나, 날씨가 추워 모자를 고집했다고 하네요. 영화에서 보이는 성모상은 중세시대의 것이 아닌 르네상스 시대의 성모상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