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 단치의 <왜 책을 읽는가?>를 한 달 가까이 자기 전 서너 꼭지씩 읽고 자는 버릇이 생겼다. 침대 머리맡에 두고 읽는 책이 된 셈이다.
나는 왜 책을 읽는가? 그간 내가 책에 빠져 있었던 경우를 생각해보면 크게 세 가지 정도를 들 수 있겠다. 첫째, 시간이 남아돌아 딱히 다른 할 일도 없을 때,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흔히 말하는 킬링 타임용 책읽기이다.
둘째, 자존감이 바닥나거나 크게 위축돼 있을 때 책을 찾았다. 현실 도피나 위안을 얻기 위해서 종종 책에 파묻혔다. 셋째, 무엇인가 허기짐을 채우기 위해 책을 읽었다. 때론 지식을 얻기 위해, 더러는 예술을 탐닉하면서 빠져 들기도 했었다.
책을 펼 땐 두 꼭지만 읽고 자야지 하면서도 어떨 땐 열 꼭지 넘게 읽는 날도 많았다. 그만큼 읽는 재미가 차곡차곡 쌓였다. 그러다 보니, 샤를 단치와 친구와 된 것 같다.
가벼운 산문처럼 쭉쭉 읽다가다가도 천천히 새김질하며 읽으면 또 새로운 맛이 났다. 저자는 "독서란 우리가 흔히 이성이라고 부르는 약간은 이상한 비물질적인 영역에서 고독한 사람들이 동시에 느끼는 영원의 시간이다.”고 말했다.
저자가 말한 독서의 무수한 정의 중에서 나는 이 말이 제일 맘에 들었다. 어마 무시한 저자의 책 사랑을 <왜 책을 읽는가?>의 행간마다 느낄 수 있었다.
틀루즈 법대생이었던 샤를 단치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을 탐닉하다 결국 문학의 길로 들어섰다. 걸어 다니면서도 책을 읽었던 그에게 책 읽기는 생활이자 ‘운명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책을 읽는다고 해서 교양인이 되는 것도 아니고 독자에게 위로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당한 말씀이다. 그럼에도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저자의 말처럼 나의 ‘어둠을 인식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은 아닐까?
샤를 단치는 독자들이 책에서 단 한 문장이라도 건져 올릴 수 있다면 좋은 책이라 했고, 그 자신 밑줄을 치면서 주석달기를 좋아했다.
저자는 자신의 모든 존재를 뒤 흔들어 놓은 문장으로 세익스피어의 <폭풍> 4막 1장에 나오는 주인공 프로스페로의 말, “우리는 꿈들이 만들어 낸 존재, 짧은 우리네 인생은 잠으로 둘러싸여 있네”를 꼽았다.
바로 이 책을 읽는 재미다. 저자 자신의 독서에 대한 독특한 사랑과 숱한 문장들을 만날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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