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냥이에게 배우는 무료함에 대처하는 인간의 자세

NeoTrois 2019. 1. 27. 02:44
오늘은 참 덧 없고 무료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 인생이란 생각이 가차없이 나를 점령한 하루였습니다.

마침 EBS에서 <해리가 셀리를 만났을 때>를 보고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주제도 그러하거니와 배우 맥 라이언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1961년생인 맥 라이언은 저와 생일이 공교롭게도 같습니다. 전갈자리죠. 전갈자리는 대체로 아첨을 모르는, 나름 강직한 성격으로 대표되는데, 셀리가 딱 그런 캐릭터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맥 라이언이 저렇게 젊을 때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인생무상이랄까요?

오늘 하루 종일 병원과 시골을 오가느라 몸이 녹초가 되었습니다. 노부에게 자녀가 셋이나 있지만 책임지는 건 언제나 저 혼자 뿐이네요. 늘 혼자 다니다 보니 빌어먹을 집구석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누군가에게 형제는 두번다시 대면하기조차 싫은 멍에일뿐입니다. 아예 기억에서 깡그리 지우고 싶은 쓰레기입니다.

다행히도 세월은 그래도 흐릅니다. 인생은 무료한 가운데에도 종착역을 향해 어김없이 가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릅니다.

필연적으로  지금 이 순간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인간들은 다 죽고 사라지는 순간이 올 것이고, 그 다음에는 또 후세들이 지금의 우리처럼 이 지구를 살고 있겠지요.

그 후세들도 다 죽고마는 때가 오고 나면 또 거짓말처럼 후세들이 삶을 고단하게 이어 나가고 있겠지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소파 위에 졸고 있는 냥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마치 현자처럼.

녀석의 자태는 저에게 "어차피 한 인생일 텐데 뭘 그렇게 증오에 젖어 있누?"라고 하듯이 태평하게 졸고 있었습니다.

가끔 냥이가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가끔 내 모든 생각을 지우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더러는 인간임을 부정하고 싶을 때도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냥이가 현자처럼 보입니다. 아무런 걱정도 없이 그저 호기심만으로, 때론 무심하게 매 순간을 여유자적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지요.

내 인생은 아직도 고양이한테조차도 배울 게 많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