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벌써부터 송년 분위기, 송년회 또는 망년회?

NeoTrois 2018. 12. 24. 00:00

화살 같은 세월은 벌써부터 송년 분위기입니다. 세상이 팍팍할수록 세모 분위기는 앞당겨집니다.

 

회사 동료들과 번개 송년 모임을 가졌습니다. 보통 망년회(忘年會)는 일본식 한자어 표기이니 송년회(送年會)라는 말을 쓰자고 말합니다.

 

송년회든 망년회든 둘 다 한자어 표기인데 굳이 문제 삼을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망년회의 '망'자 어감이 망할 망(亡)으로 들리기 때문에 더 꺼리는 듯 합니다.

 

송년회는 '연말에 한 해를 보내며 베푸는 모임', 망년회는 연말에 한 해를 보내며 그해의 온갖 괴로움을 잊자는 뜻으로 베푸는 모임을 뜻하는데, 표준 국어대사전에서도 '송년회'로 순화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만.

 

망년회라는 말을 쓰다보니, 이어령이 <축소지향의 일본인>(2008)에서 일본인들의 사고방식 저변에는 죽음이 짙게 깔려 있다고 한 말이 생각납니다.

 

일본에서는 차 모임을 일기일회(一期一會)라고 하는데, 차 모임에 온 사람들이 일생에서 마지막 만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정성을 다한다는 뜻이라네요. 일본인들은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고 생활한다는 해석이 인상적이었지요.

 

뜻풀이로만 보자면, 팍팍한 세상에 더 어울리는 말은 송년회 보다는 망년회가 더 맞는 것 같습니다. 한 해를 그냥 보내기에는 온갖 괴로움들이 많기 때문이랄까요?

 

암튼 번개 모임이라 예약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상남동은 벌써 식당이 동이 났고 중앙동에 있는 식당 하나를 겨우 잡았습니다.

 

 

'용팔이 명품 의령 석쇠 불고기'집입니다. 가게 이름이 상당합니다. 일행은 '용팔이'라는 이름에서 빵 터졌습니다. 방은 다 찼고, 홀에서 석쇠 불고기와 소맥으로 '망년'하고 '송년'했습니다.

 

석쇠 불고기가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평양 명물 석쇠 불고기'(1939년)이라고 하나, 고기 구이의 역사는 저 멀리 유목시대부터 비롯되지 않았을까요. 지금은 광양 불고기와 언양 불고기로 대표되지만 말입니다.

 

석쇠 불고기 한 판이 2만원이었는데, 총 8만1천원이 나온 것으로 보아, 배보다 배꼽이 더 컸습니다.

 

 

그렇게 술을 드셔놓고 꼭 2차를 가고 맙니다. 그것도 무려 '세계 맥주'를 다 마실 기세로요. 

 

한 해를 차분히 돌아보고 내년을 준비하자는 송년회였는데, 언제나 그 송년회를 후회하는 일이 매년 되풀이 되는 듯합니다. ㅠㅠ

 

거리를 활보하는 행인들의 세밑 풍경에 우리도 모르게 휩쓸렸다고 해 두어야할 것 같습니다.

 

아마 9년쯤 후에는 직장 동료들과 송년 모임을 하는 일도 없겠지요. 손살 같은 세월이라 그 때는 이미 인생 제3막이 시작되고 있을 거니까요.

 

그때까지 일기일회의 말처럼 1일 1포스팅을 쭉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