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컨버세이션>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이 사실일까?

NeoTrois 2018. 12. 10. 00:00

<컨버세이션>(1974)은 워터게이트 사건이라는 당시의 시대상과 현대인의 고독을 섬세하게 포착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스릴러물입니다.

 

할리우드와 유럽 예술영화의 절묘한 조화를 이룬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제27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습니다.

 

영화는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이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 또 그 결과는 얼마나 참담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주인공 해리 콜(진 핵크만)은 도청 전문가였지만, 결국 자신이 믿고 믿었던 눈과 귀에 의하여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됩니다.

 

컨버세이션 줄거리

도청 전문가 해리(진 핵크만)는 어느 날 마틴 스테트(해리슨 포드)로부터 대기업 사장의 아내 앤(신디 윌리암스)과 앤가 불륜관계에 있는 마크(프레데릭 포레스트)의 대화를 도청해달라는 의뢰를 받습니다.

 

오프닝 시퀀스는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공원에서 앤과 마크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그들의 대화를 청각과 시각을 이용하여 해리가 도청하고 있는 장면은 관객들을 관음의 세계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테이프를 끊임없이 재생과 반복을 거듭하면서 공원의 소란스런 소음들과 재즈 음악들로부터 앤과 마크가 나눈 대화의 파편들을 하나하나 뽑아내는 지난한 과정에서 해리의 집요한 성격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도청업계에 종사하는 해리의 사생활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그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애인에게도 알리지 않을 정도로 해리의 직업 의식은 철두철미한 것처럼 보입니다. 작업실을 드나들 때 이중삼중으로 된 열쇠를 사용할 정도로 해리는 강박을 보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해리는 그의 작업공간이 도청되고 있음을 알게 되죠.

 

해리가 광기에 휩싸여 그의 작업실 내부를 모조리 다 뜯어내어 도청 장치를 찾는 장면에서, 끝내 찾아낼 수 없자 공사판같이 변해버린 작업실에 주저앉아 색소폰을 연주하는 장면에서 한 인간의 한계와 절망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컨버세이션>은 해리에게는 과거 자신의 도청으로 인하여 모자가 죽었을지도 모르는 트라우마를 드러냅니다. 그로 인하여 해리는 앤과 마크의 대화내용을 잘못 해석하는 오류를 범했던 것입니다.

 

컨버세이션 결말

자신의 도청으로 인하여 앤과 마크가 살해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해리는 아마 범행이 자행되었을 호텔로 달려갑니다.

 

도청 테이프에서 지칭된 호텔 방의 변기를 해리가 눌렀을 때, 빨간색물이 넘쳐흐르는 장면은 <컨버세이션>의 반전이자, 섬에 갇힌 소외된 현대인의 은유로 읽힙니다.

 

우리는 해리처럼 '섬'에 갇혀 살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 ‘섬’은 세계로부터 소외된 섬이자, 세계로부터 완전히 드러난 섬이라는 이중의 의미를 지닙니다.

 

해리는 자신의 은신처를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세상을 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또한 소외된 섬에 살고 있으나, 누군가로부터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감시당하고 있는 섬일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현대인들의 이중고(二重苦)입니다.

 

아주 오래전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컨버세이션>이 던진 감시와 소외의 화두는 오히려 더 유효한 요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