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소쩍새를 노래한 '귀촉도'와 '접동새'

NeoTrois 2019. 4. 24. 14:47

소쩍새 울음소리는 해마다 이맘때 밤이면 들립니다.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쉬지 않고 울어대는 솟쩍 소리가 사춘기를 지나면서부터 내 귓가에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피끓는 청춘의 시기에 소쩍새 울음소리는 나를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4월 중순경부터 여름까지 들리는 소쩍새의 울음은 짝을 찾기 위해서, 혹은 어린 새끼와 둥지를 지키기 위해서 수컷만이 내는 고귀한 절규라고 합니다.

야행성인 이 소쩍새는 올빼미과 조류 중에서 가장 작다고 해요. 김소월은 이 작은 새의 몸에 <접동새>라는 시로 애절한 혈육의 한을 노래했습니다.

-접동새-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津頭江)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는 오랍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夜三更)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울음소리가 '소쩍'하고 들리면 흉년이 들고, '소적다'로 들리면 풍년이 든다는 소쩍새는 두시언해에는 졉동새로, 신증유합에서는 졉동이로, 청구영언에는 자규로 이름을 바꾸어가며 설화와 시가속에서 울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소쩍새 울음소리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많이 닿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피에 취한 새'의 울음을 노래한 서정주의 <귀촉도>가 소쩍새의 정한(情恨)과 슬픔의 그리움의 정점을 찍습니다.

-귀촉도-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 리.
흰 옷깃 염여 염여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어 줄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색인 육날 메투리.
은장도(銀粧刀) 푸른 날로 이냥 베혀서/ 부즐없은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구비구비 은하ㅅ물 목이 젖은 새,
참아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새벽이면, 그 소쩍새 울음 소리에 버지니아를 연거푸 피워대곤 했습니다. 

새 아파트에 이사온 후로 다시 들리기 시작한 소쩍새 울음소리,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야산에서 들리는 소쩍새 울음소리에 저 소쩍새도 나를 보고 있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이 아파트에 이사온 지 8년여 동안 소쩍새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맘때 쯤부터 울기 시작합니다.  

또 세월이 한정없이 흐르면 모를 일이지만, 멸종위기를 벗어나 우리에게 친숙한 소쩍새가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