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월-E> 600년 로봇 고독에 종지부를 찍은 로맨스

NeoTrois 2018. 12. 7. 00:00

영화 <월-E>(2008)는 지구에 홀로 남은 로봇의 사랑을 그린 픽사 스튜디오의 9번째 가족용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영화는 2810년 지구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쓰레기 더미가 빌딩처럼 하늘을 찌르는 황량한 지구의 모습, 월-E라 이름 붙여진 깡통 같은 로봇과 바퀴벌레 한 마리가 전부이다.

 

그 쓰레기 빌딩은 ‘지구 폐기물 분리수거 로봇’(Waste Allocation Load Lifter-Earth Class)인 월-E가 지구에 홀로 남아 쓰레기를 수거하여 자기 몸톰에 넣어 압축하여 더미를 쌓아 올린 것이다.

 

황폐한 지구를 배경으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의 로맨스가 펼쳐진다.

 

월-E 줄거리

초반부 30분가량은 대사 한마디 없다. 사막과도 같은 도시에서 고철덩어리 같이 생긴 월-E가 쓰레기를 분리하고 쌓아 올리는 고독한 일상이 되풀이 된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있으면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말 한마디 없는 가운데 로봇의 외로움이 느껴지고 슬픔이 느껴지고, 로봇의 감수성이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월-E는 태양열로 스스로 충전하고 스스로를 수리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 홀로 살아남았을 것이다. 인간의 쓰레기를 처리하면서 인간의 감정을 나름대로 처리할 줄 아는 능력도 생겼다.

 

월-E는 다이아몬드 반지 케이스를 발견하면, 다이아몬드는 버리고 상자를 챙긴다.

 

영화나 비디오, 큐브 등 주로 향수가 깃든 물품을 수집하고, 잠들기 전 영화를 보고 영화 속 연인들처럼 혼자 손을 꼭 쥐며 잠에 빠진다.

 

인간의 폐기물을 600년 동안 분리수거하다 보니, 월-E에게 인간의 감정이 전이된 것일까?

 

그런데, 어느 날 월-E의 600년 고독에 종지부를 찍을 사건이 일어난다. 로봇 ‘이브’가 우주선을 타고 월-E 앞에 나타난 것이다.


 

외계 식물 탐사용 로봇인 이브는 첨단 기능에다가 세련된 이미지로 똑똑하고 새침데기 소녀의 모습이다. 이브를 본 월-E는 첫 눈에 사랑에 빠진다.

 

이브를 몰래 지켜보기도 하고, 쑥스럽게 손을 잡으려고 시도하기도 하는 월·E의 모습은 영락없이 첫사랑에 빠진 소년의 모습이다. 마치 어린 왕자와 여우처럼 순수하게 느껴진다.

 

월-E 결말

그렇게 둘이서 사랑을 쌓아가던 어느 날, 월-E가 식물을 발견하여 이브에게 선물한다. 이브는 식물을 보자마자 자동 명령어가 수행되어 엑시엄(Axiom)으로 귀환하게 된다.

 

월·E가 이브를 쫒아가며 펼쳐지는 로맨틱 어드벤처가 감동이다. 이브가 자동 귀환하는 곳인 엑시엄(Axiom)은 지구를 버린 인류의 후예들이 퇴행된 모습으로 살아가는 대형 우주선이다. 

 

그곳에서 인류는 자신들이 개발한 시스템의 지배를 스스로 달게 받으며 수동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이러니이다. 인류의 미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월-E의 생김새가 인간 외형을 모방하지 않았음에도 오히려 더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것은 어쩌면 시각적인 마법일지도 모르겠다.

 

쌍안경 형태의 투박한 월-E의 눈에는 그리움과 동경, 사랑과 고독, 애절함이 묻어 있다.

 

그러고 보면, 사람에게 그다지 많은 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인간의 화려한 말과 행동들이 얼마나 부질없었던가를 회상해 보면 월-E의 러브스토리가 오히려 더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를 조금은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