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마릴린 먼로의 점에서 소크라테스를 읽다 : 일상에서 만나는 철학

NeoTrois 2018. 11. 30. 00:00

마이클 라보시에의 <마릴린 먼로의 점에서 소크라테스를 읽다>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현실세계의 잡다한 이슈들에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는 책이다.

 

부제처럼 괴짜 철학자의 유쾌한 상상이다.

동성혼, 페미니즘, 게임의 폭력성, 등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온갖 문제들에 대하여 메스를 들이댄 저자는 독립된 단편으로 책을 구성했다. 그래서 손길가는 대로 읽어도 편하다.

저자 마이클 라보시에는 플로리다 대학교 철학과 부교수로 자신은, 다른 상아탑의 학자들과는 달리 현실문제에 깊숙이 개입하는 행동하는 양심이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 책은 저자가 철학지 <필로소퍼스 매거진>에 「철학적 도발」이라는 칼럼으로 게재한 글을 정리하여 출간한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좀 야한 토픽도 더러 만난다. 저자에 따르면 페미니스트는 광고로부터 영상물에 이르기까지 매체를 통해 비춰지는 여성상이 여성을 사람이 아닌 사물로 취급하도록 조장하기 때문에 나쁘다고 공격한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마이클 라보시에는 <맥심>이나 <플레이보이>에 등장하는 여성들, 즉 '가공된 여성'에 익숙해 진 남성은 여성의 외모와 행동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치를 갖게 되어 불만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매체에서 '백마탄 왕자'에 익숙해진 여성들도 현실의 남성들에게서 불만을 갖게 되고 관계가 망가진다고 한다. 

따라서 남여 사이의 성공적인 관계를 위한 비법 중 하나로 남자와 여자가 모두 서로에 대한 기대치에 부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마이클 라보시에는 주장한다. 백번 지당하신 말씀이다.

 


이외에도 <마릴린 먼로의 점에서 소크라테스를 읽다>는 다양한 읽을 거리를 제공하는데, 부시의 이라크 침공이 왜 문제가 되는지, 민주국가에서 살아가는 시민의 올바른 자세는 무엇인지 등도 다룬다.  

나아가 저자는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가 CNN에서 "대통령이 내리는 모든 결정에 대해 대통령을 신뢰하고 그의 결정을 지지하며, 그런 다음 일어나는 일에 대해 충성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 내용을 꼬집는다.


국수주의적 정부에서는 절대적인 신뢰와 완전한 복종을 국가의 이상으로 삼겠지만, 민주주의의 기초는 국민 개개인의 생각과 표현의 자유는 물론 개성과 독립성이 중요하다.

 

국민이 그저 믿고 따라야 한다는 생각은 민주주의 이상에 위배될 뿐 아니라, 진정한 애국자라면 언제나 지도자가 하는 일이 국가의 최선을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교수인 철학자가 연예인이 언론에서 철없이 한마디 한 것을 두고 시비를 거는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철없는 연예인들이 세상에는 차고 넘치는 걸 저자는 몰랐나 보다.

 

그래도 무릇 철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아주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엄중함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새삼 일깨운다.

 

하기야 요즘 세상에는 연예인만큼 대중에 영향력을 미치는 집단도 없으니, 저자 마이클 라보시에의 반응도 당연하다.

정신이 과연 존재하는지, 과거로 시간 여행을 가서 또 다른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는 것인지 등등 무수한 질문에 대하여 저자 나름의 논증과 반증을 전개하며 흥미진진한 결론을 이끌어 낸다.

 

어쩌면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우리 내부에서 새롭게 눈을 뜬, 우리 안의 철학자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원제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분명히 번역서인데, 원제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책 표지에 "What don't you know?"가 있는 것으로 보아, 그게 원제인지도 모르겠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여배우들이 현대적인 미의 기준으로는 오류에 불과한 '점'을 제거수술을 하지 않고 매력포인터로 활용하는 것은 다른 이들이 제공하는 미의 기준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지 않겠다는 자신만의 주관에서 비롯되었을 거라고 한다.

아마 여기서 마릴린 먼로가 책명으로 등장한 것 같다. 그러나 책의 내용 중에는 마릴런 먼로가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너무 상업적인 번역명이다.

 


마이클 라보시에(Michael LaBossiere),  <마릴린 먼로의 점에서 소크라테스를 읽다>(괴짜 철학자의 유쾌한 상상, 문세원 옮김, 글로세움,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