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흑산 : 정약전에 대한 김훈 역사 소설

NeoTrois 2018. 11. 29. 00:00

김훈의 <흑산>(학고재, 2011)은 1801년 수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한 신유박해를 배경으로 조선 후기 사회상을 그린 장편 역사소설이다.

 

<흑산>은 천주교리를 공부했지만 현세의 삶으로 돌아와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과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끝까지 순교의 길을 걸어갔던 그의 조카 사위 황석영의 이야기가 큰 줄기를 이루며 대비된다.

 

정약현,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사형제는 의금부 장판 위에서 삶의 길이 달라진다. 천주교인임을 자랑스러워하며 순교한 정약종과 적극적으로 배교하고 현세의 삶을 택한 정약용의 삶은 <흑산>의 치열한 주제를 상징한다.

 

순교와 배교를 둘러싸고 조정과 조선후기 지식인 사회의 갈등이 그려지고 중인과 하급 관원, 마부와 어부, 노비 등 혼란한 세상을 견디며 살아가는 인간의 고통과 슬픔과 소망이 김훈 특유의 문체로 묘사된다.

 

 

김훈은 작가 후기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말이나 글로써 정의를 다투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다만 인간의 고통과 슬픔과 소망에 대하여 말하려 한다. 나는, 겨우 조금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이나 글로써 설명할 수 없는 그 멀고도 확실한 세계를 향해 피 흘리며 나아간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또 괴로워한다. 나는 여기에서 산다.

 

나는 <남한산성>(학고재, 2007)을 읽고서 김훈의 역사소설에 매료되었다. 그래서 <칼의 노래>를 찾아 읽었고, <자전거 여행> 시리즈 등을 찾아 읽었다. <공무도하>(문학동네, 2009)와 <내 젊은 날의 숲>(문학동네, 2010)도 그랬다.

 

그러나, 김훈의 문장은 역사소설에서는 빛을 발했지만, 비역사 소설에서는 묘하게도 지루함을 면치 못하였다.

 

<흑산>은 역사소설임에도 읽기에 지루하다. 많은 등장인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 정사가 많이도 등장하지만 서사의 긴박감은 찾아 볼 수 없다.

 

그것은 사물의 내면 깊숙이 파고드는 김훈의 문장에서 비롯된 것일게다. 그런 점에서 <흑산>은 김훈 문장의 정점이자 완성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