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흑산>(학고재, 2011)은 1801년 수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한 신유박해를 배경으로 조선 후기 사회상을 그린 장편 역사소설이다.
<흑산>은 천주교리를 공부했지만 현세의 삶으로 돌아와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과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끝까지 순교의 길을 걸어갔던 그의 조카 사위 황석영의 이야기가 큰 줄기를 이루며 대비된다.
정약현,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사형제는 의금부 장판 위에서 삶의 길이 달라진다. 천주교인임을 자랑스러워하며 순교한 정약종과 적극적으로 배교하고 현세의 삶을 택한 정약용의 삶은 <흑산>의 치열한 주제를 상징한다.
순교와 배교를 둘러싸고 조정과 조선후기 지식인 사회의 갈등이 그려지고 중인과 하급 관원, 마부와 어부, 노비 등 혼란한 세상을 견디며 살아가는 인간의 고통과 슬픔과 소망이 김훈 특유의 문체로 묘사된다.
김훈은 작가 후기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남한산성>(학고재, 2007)을 읽고서 김훈의 역사소설에 매료되었다. 그래서 <칼의 노래>를 찾아 읽었고, <자전거 여행> 시리즈 등을 찾아 읽었다. <공무도하>(문학동네, 2009)와 <내 젊은 날의 숲>(문학동네, 2010)도 그랬다.
그러나, 김훈의 문장은 역사소설에서는 빛을 발했지만, 비역사 소설에서는 묘하게도 지루함을 면치 못하였다.
<흑산>은 역사소설임에도 읽기에 지루하다. 많은 등장인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 정사가 많이도 등장하지만 서사의 긴박감은 찾아 볼 수 없다.
그것은 사물의 내면 깊숙이 파고드는 김훈의 문장에서 비롯된 것일게다. 그런 점에서 <흑산>은 김훈 문장의 정점이자 완성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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