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네 멋대로 해라, 현대 영화 언어의 시작 - 장 뤽 고다르

NeoTrois 2019. 6. 27. 23:30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1959)는 현대 영화언어를 시작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1960 - 70년대를 통틀어 정치적으로나 미학적으로나 세계 영화의 흐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감독으로 꼽힌다.

 

<네 멋대로 해라>는 장 뤽 고다르의 영화미학이 집약되어 있는 작품이다.

 

29세의 장 뤽 고다르는 갓 신문사를 그만두고 4,500만 프랑이란 저예산으로 영화 <네 멋대로 해라>를 만들었다. 영화 줄거리는 밋밋하다. 그는 당시 신문 사회면의 한 사건을 그대로 영화에 차용한다. 기사는 이랬다.

 

오토바이를 모는 한 남자가 경찰을 죽이고 여자 친구와 달아났는데 나중에 그 여자가 남자를 배반했다.

 

영화는 대부분 파리의 분주한 대로상에서 핸드헬드(hand­held)로 촬영되었다. 거리의 부산스러운 분위기가 스크린에 그대로 전달되며 등장인물들의 대화도 마치 소음처럼 들린다.

 

더구나 영화가 너무 길다고 여긴 고다르가 각각의 시퀀스 중에서 몇몇 장면들을 삭제하는 바람에 영화는 더욱 혼란스럽고 산만하게 다가온다.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처럼.

 

<네 멋대로 해라>에서 미셸 푸가드(쟝-뽈 벨몽도 분)는 험프리 보가트를 선망하는 좀도둑이다. 차를 훔쳐 달리다가 무의식적으로 차안에 있던 총으로 경관을 죽이고 쫓기는 몸이 된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패트리샤(진 세버그)의 작은 아파트에 숨어 지내며 그녀와 연애를 한다.

 


경찰의 포위망이 좁혀오자 패트리샤는 미셸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경찰에 신고한다. 미셸은 경찰에 신고했다는 패트리사의 말을 듣고서도 도망칠 생각이 없다.

 

"피곤하고 귀찮아서 감옥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미셸은 경찰의 총에 맞아 거리에 쓰러진다. 쓰러진 미셸은 파트리샤에게 "역겹다"라고 말하면서 죽어간다. 미셸은 총에 맞아 쓰러질 때까지 담배를 피워댔고, 험프리 보가트처럼 아랫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문지르고 혼자 끊임없이 떠들어 댄다.

 

그에게 세계는 불연속적이다. 그에게 시간은 현재일 뿐, 과거와 미래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에게 세상은 "역겨움"으로 다가설 뿐이다.

 

제 멋대로 촬영된 듯한 영화장면들은 이러한 역겨움을 가감 없이 전달한다. 미셸은 세계에 대하여 끊임없이 반항하고 세상을 파괴한다.

 

종국에 가서는 미셸 자기 자신마저도 파괴해버린다. 세상과 관계의 소멸을 그는 원한다. 자기 자신도 역겹고 세상도 역겹기 때문이다. 미셸은 지옥 같은 세상에서 더 이상 버티어낼 힘이 없었다.

 

고다르는 말한다. “영화는 삶 자체이다. 그것은 말해질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 살아져야 하는 것이다.”

 

영화 <네 멋대로 해라>는 새로운 영화 언어로 삶 자체의 역겨움을 담아내고 우리들에게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다.

 

<네 멋대로 해라>에서 미셸을 연기한 장 폴 벨몽도는 이 영화로 유럽풍 불량배 영웅으로 탄생되었고, 파트리샤를 연기한 진 세버그는 프랑스인들의 연인이 되는 최초의 미국 여배우가 되었다.

 

어쩌면 <자기 앞의 생>의 작가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는 어쩌면 <네 멋대로 해라>를 보고서 진 세버그와 첫눈에 반했는지도 모른다.

 

로랭 가리는 1959년 레슬리와의 16년간의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진 세버그와 정착하여 아들 디에고를 두었다. 그 후 진세버그는 약물과다복용으로(1979), 로맹 가리는 권총으로(1980) 생을 각각 마감했다.

 

영화 <네 멋대로 해라 Breathless, A Bout De Souffle>는 제1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인 감독상을 수상했고, 그 후 이 영화는 미국의 B급 영화 제작사인 모노그램 영화사에 헌정되었다.

 

* 장 뤽 고다르는 파리 시네마테크 출신으로 독학으로 영화를 배웠고, 시네마테크의 동료들인 자크 리베트, 에릭 로메르, 프랑수와 트뤼포, 클로드 샤브롤 등과 함께 영화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의 필자로 활동하며 1950년대 말 누벨바그라는 사조를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