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오가와 이토 : 초초난난, 잔잔한 물결 같은 사랑

NeoTrois 2018. 11. 14. 18:10

올 여름 찜통더위가 계속되던 한여름 밤, 새벽까지 울어대던 매미소리를 벗 삼아 <초초난난>을 읽었고, 가을에 다시 읽었다.

 

잔잔한 물결 같은 사랑을 담은 이야기가 그리웠다.

 

오가와 이토의 두 번째 장편 소설이다. 작가는 <달팽이 식당>으로 국내에도 제법 알려졌다.

 

<초초난난>은 옛 정취가 물씬 나는 도쿄 야나카에서 앤티크 기모노 가게를 하는 시오리가 유부남 기노시타 하루이치로를 만나면서 빠져드는 사랑을 잔잔하게 그렸다.

 

사랑 이야기야 세상에 부지기수이겠지만, 이들의 연애담은 소설에서 섬세하게 묘사되고 있는 사계절 마냥 자연스럽다.

 

격정도 없고, 사건도 없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가와 이토가 그리는 야나카의 풍경과 시오리의 차분한 감성을 조용히 따라가다 보면 이들이 나눈 사랑이 일상처럼 정답게 느껴진다.

 

 

<초초난난>(2011) 작가는 시오리와 하루이치로가 금목서 향기가 날아드는 '인연'이라는 여관의 '산촌'이라는 방에서 나눈 사랑마저도 다음과 같이 청초한 문장으로 그린다.

입구 양옆에는 청초한 식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하얀 꽃을 피운 동백은 손질이 잘되어 이파리마다 요염한 빛을 발했다. 현관옆 쓰쿠바이에는 맑은 물이 가득 차 있고, 물 위에는 노란 국화 꽃잎 몇 개와 빨간 단풍잎 하나가 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안에는 달이 떠 있었다.

 

불을 끄자, 방은 캄캄해졌다. 이부자리의 감촉은 아주 좋았고, 요에서도 팽팽한 탄력이 느껴졌다. 위에 덮은 이불은 보드랍고 가벼워서 구름에 휩싸인 것처럼 편안한 잠자리였다. 우리는 이불과 이불 사이에서 서로를 끌어안았다. 하루이치로 씨의 가슴에 귀를 대자, 쿵쾅거리는 열정적인 소리가 울려퍼졌다.

 

우리는 입술을 가까이 댔다. 하루이치로 씨의 입술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나랑 똑 같은 치약 맛이 났다. 그리고 그 입술을 받아들인 나는 유키미치와 하루이치 씨는 다른 사람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생각을 했다. (338~339쪽)

 

소설을 읽고 나니, 언젠가 일본에 가면 야나카를 꼭 찾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앤티크 기모노 가게에서 시오리가 입었던 옷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초초난난>(이영미 옮김, 21세기북스,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