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조남현의 '비평의 자리', 평론가의 임무는 다독

NeoTrois 2019. 3. 7. 13:12

조남현의 <비평의 자리>(문학사상사, 2001)는 2000년 전후의 한국 문학의 현실과 전망에 대한 담론과 주요 작가들의 문제작들에 대한 작품론을 담은 평론집입니다. 문학을 접한지가 오래된 참에 근래에 처음으로 읽어보는 문학 평론집입니다.

저자 조남현은 1948년 인천에서 출생하여 서울대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여 동 대학 국문학과 교수와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4부로 구성된 <비평의 자리>는 2000년 전후의 문학담론으로 1부를 시작하여, 2부에서는 박완서, 한승원, 김준성, 이동하, 이윤기 등에 대한 작가론, 3부는 조정래의 <아리랑>, 윤흥길의 <산불>, 이문구의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 이청춘의 <목수의 집>, 하성란의 <옆집여자> 등, 문제작들에 작품론, 그리고 현대시조양식론과 시조시인론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조남현은 평론집을 묶어 내는 속도와 평론가로서의 활동력은 원칙적으로 비례한다고 전제하고서, 일정 기간에 문예지나 문학저널에 발표한 비평문들을 그때그때 책으로 묶어 내는 일이 문학적 창조력이나 문화적 생산력을 계속 살려 나가는 불씨라고 강조합니다.



조남현에 따르면 평론가의 첫 번재 임무는 다독이라고 합니다. 많은 소설과 시집들이 비평의 자장 밖에 방치되어 있는 것이지요. 문학 독자들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을 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우선 평론가들만이라도 풍문과 편견에 빠지지 말고, 글 읽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고 부지런히 작품을 읽어 내어야 한다고 저자는 고언합니다.


오랫만에 평론집을 읽으니, 그간 문학작품들을 소홀하게 대했던 지난날이 부끄럽게 다가옵니다. 세태에 휩쓸리다 보니, 문학적 상상력을 나약한 것으로 치부하거나 현실 세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실용주의에 빠져 있었던 자화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글쓰는 사람을 지식인의 중심부에 놓으면서 시집이나 소설집을 교양필독서로 꼽던 시대는 이미 가버리고 말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문학독자가 감소하고 그에 다라 작품에 대한 반응이 급격히 줄어든 현실은 분명 평론가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저자가 말대로, 여전히 문학은 인간을 옹호하고 정신과 혼을 사수할 것이라는 명제는 퇴색하지 않을 것입니다. 


과학과 문명의 발전이 당장은 문학을 소외시키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과학이나 문명은 오히려 문학으로부터 상상력과 예지와 감각을 빌려옴으로써 파국을 막아낸다는 문학기능론이나 문학필요론은 문학의 앞날을 밝게 만듭니다.

<비평의 자리>를 읽으면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문인들은 언제나 힘든 상황에 놓여진 존재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정신과 영혼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작품들을 사랑하는 전문 독자가 있어왔다는 점도 실감했습니다. 


이 책이 한국문학을 조금 더 사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