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김난도의 청춘예찬

NeoTrois 2019. 6. 27. 07:54

김난도는 말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불안하니까 청춘이고, 막막하니까 청춘이다고. 외롭고 흔들리니까 청춘이라고. 그렇다. 청춘은 두근거리는 만큼 불안도 늘 함께 한다.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청춘을 따뜻하게 보듬는 아포리즘들로 빛난다. 청춘은 원래 그렇게 아픈 것이니까 너무 흔들리지 말고, 담담히 그 성장통을 받아들여 더 나은 미래의 연료로 사용하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의 말미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말을 인용한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냥 가라'(If you don't know where you're going, just go) 아울러 청춘들이 기억할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경구도 덧붙인다.

'배는 항구에서 더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가 될 수 없다. 배는 폭풍우를 견디며 바다에 있을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 맞다. 문이 아무리 많아도, 열지 않으면 그냥 벽일 뿐이다. 그러니까 청춘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무엇에든지 과감하게 도전하란 얘기다.

그러나 김난도는 자기 성찰이 없이 잘못된 목표를 향해 맹목적으로 돌진하는 것을 경계한다. 성찰은 단지 생각하거나 고민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성찰을 위해 직접 체험하고, 많은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고, 여행을 떠나라고 김난도는 힘주어 말한다. 특히 감수성이 민감한 청춘 시절에 쌓는 체험이란 무척 소중하다는 저자의 말은 깊은 공명을 낳는다.

김난도가 말하는 성공은 절대 조급한 것이 아니다. 인생의 성공이란 커다란 한 번의 성취가 아니라, 매일매일의 작은 승부로 직조(織組)하는 것이다. 하루하루 조금씩 남는 삶의 빈틈을 어떻게 쓰느냐에 다라 인생은 조금씩, 조금씩 달라진다는 말이다.

저자는 청춘들에게 의미없는 습관으로 굳어진 취미는 청산할 것과, 부질없는 고시공부에 매달리거나 의미없는 스펙쌓기에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라고 당부하고 또 당부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난도는 당부한다. 자기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일단 겸손하게 사회에 발을 딛어라고. '입석 3등칸'일지라도 일단 기차에 올라타고, 그리고 천천히 1등칸을 향해 움직여라고 충고한다.

 

그것이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기차의 1등칸으로 단번에 뛰어오르는 것보다 쉬울 거라고 말한다.

김난도의 문장은 이상으로 가득차 있고, 이를데 없이 낭만적이다. 나약한 청춘들의 섬세한 내면을 감성석으로 깊숙히 파고드는 힘이 있다. 가슴에 새겨둘 만한 반짝이는 경구들도 값지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책을 내 아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그의 이상향적인 청춘론은 아름답기 그지 없지만 현실을 도외시한 감성에 아들이 취할까봐 두려워서다.

이 책의 표지에는 김난도를 두고 '대학생이 되는 아들과 중학생인 아들을 둔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그는 결코한 평범한 아빠는 아니다.

 

그는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대를 나왔고,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역시 그가 졸업한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나는 아이들에게 영어와 수학은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사회에서 영어를 못하면 대학에서 걸리고, 직장에서도 걸리는 것을 수도 없이 보아왔다. 영어는 좋거나 싫거나 이 땅에서 생존할려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할 전제조건이라는 것을 부정하고서 이야기하는 것은 부정직하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학위는 사회생활에서 출발점이 된다는 현실을 부정한다는 것도 정직하지 못한 일이다. 출발선만 다른 것이 아니라, 성장 속도도 다르고 연봉도 달라진다는 것을 이 땅에 사는 사람은 누구나 다 안다.

스펙도 마찬가지다. 나는 청춘들이 부질없는 감성에 젖기보다 실용적인 스펙을 하나라도 더 쌓기 위해 노력하라고 말하고 싶다. 스펙 하나 없이 사회에 진출하는 건 알몸으로 전쟁터에 나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저자는 서울대 법대에 다녔고, 고시공부도 3년이나 해 봤으며, 영어 과외를 했고, 행정대학원을 나와 석사장교로 군복무를 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 교수로 취직했다.

어쩌면 그가 말하는 모든 것들은 대학을 졸업하고서 해도 늦지 않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우선 출발선부터 잘 잡는 일에 매진하라고 말한다면 매몰차지만 그것이 엄연한 현실이니 어쩌겠는가.

그리고 '입석3등칸'이라도 일단 올라타라는 그의 말도 수긍하기 어렵다. 인생에서 첫 직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누구나 다 안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니 청춘들이여, 이상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현실에 발을 굳게 디디고 서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당신이 이 땅의 최고 명문대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이 책의 조언들이 딱 들어맞을 수도 있다.

또 하나. 김난도가 제안한 인생시계란 개념도 너무 낭만적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인생에서는 하루가 먼동이 터오기 전에도, 이른 아침에도, 정오 무렵에도 종종 끝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