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 명랑시민 정치교본

나무ᴴ 2019. 5. 29. 18:00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2011)의 ‘명랑시민 정치교본’을 표방하는 책입니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나름 인기몰이를 했던 책으로 기억됩니다.

좌우 개념 안 잡히거나, 생활 스트레스의 근원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이번 대선이 아주 막막한 사람들은 <닥치고 정치>를 읽어 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땅에 사는 사람들 중에서 좌우 개념이 궁금한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자신의 스트레스 근원을 모르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나라의 여야 정당은 태생적으로 보수의 스펙트럼에 갇혀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이나 한국당은 계파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정당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그러니 누가 집권하느냐의 문제만 남습니다.

정치지형을 이렇게 심플하게 정리하고 나면,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는 꼼수가 판치는 책임을 금방 알 수 있게 됩니다.

<닥치고 정치>는 자기 편 외의 세력은 모두 악의 무리들이라고 단정하는 한편, 진보정당은 인기가 없으니 닥치고, 자기네에 붙어라는 주장을 합니다.

진보정당이 인기가 없다고 해서 야합을 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김어준에게 있어 정치는 권력을 잡는 것 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김영삼이 민정당과 야합하지 않고 민주화 세력을 분열시키지 않았더라면, 김대중이 비판적 지지 운운하며 진보세력을 괴멸시키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에도 반듯한 진보정당이 정치의 한 축을 당당하게 담당하고 있을 것입니다. 

권력에 눈먼 자들은 언제나 꼼수를 부려 야합으로 먹고 살아 왔습니다. 

야합을 부추기는 김어준의 주장들은 추정에 추정을 거듭하고, 소송이 두려웠던지 결론은 소설이라고 발을 뺍니다. 

<닥치고 정치>를 읽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들이 정치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주위에 달라붙어 있는 떨거지는 더 나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은 앞에 두 부류를 합친 것보다 더 나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목처럼 <닥치고 정치>는 다른 논의를 열어 놓지 않은 닥치고 체제입니다. 이 책에는 쌍소리들도 넘쳐납니다.

한 때 이러한 책이 베스트에 올랐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삭막함과 황폐함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그들 때문에 정치 혐오자가 더 생겨난 것은 아닌지 뒤돌아 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