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궁녀>(2007)는 조선 숙종시절 희빈전 궁녀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공포물입니다.
기존 사극이 왕의 총애를 통한 신분상승의 욕망과 좌절을 다루었다면, <궁녀>는 한계상황에 처한 여성들의 은밀한 욕망을 주제로 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사극과는 다른 차별성을 보이는 영화입니다.
조선시대 궁녀들이 거처하는 궁궐이라는 공간은 외부와는 고립된 폐쇄적인 공간이었을 것입니다. 그러한 공간에는 언제나 절대자가 존재하고, 그 절대자의 성향에 따라 그 공간의 선악이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영화 <궁녀>는 장희빈의 낳은 세자 균(훗날 경종)의 출생에 얽힌 야사를 사건의 중심에 놓고 폐쇄된 공간에서 절대자의 음모가 사건을 지배해가는 과정을 디테일하게 묘사합니다.
장희빈의 궁녀 월령이 목을 매고 죽자 감찰 상궁은 내의녀 천령(박진희)에게 자살로 은폐할 것을 명령합니다. 그러나 천령은 치정살인이라는 판단으로 진범을 잡기위해 홀로 조사를 시작합니다.
천령이 확보한 단서는 달랑 두 가지 뿐입니다. 월령이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과 월령이 남긴 연애편지. 그리고 묵비권을 행사하는 용의자들.
그래서 내의녀 천령이 사건의 실체에 한발 한발 다가가는 과정은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필요이상으로 그 과정을 잔혹하게 그렸습니다. 스크린에는 그로테스크한 영상이 압도합니다. 김미정 감독은 관객들의 공포감을 극도로 끌어올리기 위해 손톱 밑을 송곳으로 쑤시는 영상까지 준비해두었습니다.
잔혹한 영상에 익숙한 분이시라면 영화 <궁녀>를 통해 조선시대 궁녀들의 내밀한 사랑이야기와 함께 음모를 파헤쳐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 역사속 장희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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