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기호, 주체, 욕망'... 정신분석학적 텍스트 읽기

NeoTrois 2019. 3. 7. 07:53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 따르면 우리들의 무의식은 끊임없이 의식세계에 떠오르려 하고, 의식은 언제나 그 욕망을 검열하려 들기 때문에 무의식은 꿈의 형태로 위장되어 나타난다고 합니다.

의식은 무의식에 비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프로이트의 학설은 혁명적이었지만 모든 것을 유아기의 성적(性的)인 곳에만 집착하는 듯하여 유치하게 보였습니다. 

조금 나이가 들어서는 "나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 존재한다"는 매혹적인 라깡의 역설에 빠져들곤 했습니다.

그리곤 둘 다 깨끗이 잊었습니다. 살아가면서 계속 참조할만큼 정신분석학이 그렇게 실용적이지 못한 학문이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억압된 무의식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정신분석의 보편적 원칙은 강력한 데가 있었습니다.

프로이트와 라깡을 다룬 역저를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 문광부 우수 학술도서답게 박찬부의 <기호, 주체, 욕망>(창비, 2007)은 프로이트와 라깡의 담론들을 심도있게 분석해 놓았습니다. 

저자 박찬부는 예일대학교 영문학과의 객원교수와 ‘한국비평이론학회’ 및 ‘라캉과 현대정신분석학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이 책의 출간으로 <현대정신분석비평>(민음사, 1996), <라깡-재현과 그 불만>(문학과지성사, 2006)에 이은 정신분석관련 3부작을 완성한 셈입니다.


<기호, 주체, 욕망>은 제 1부에서 프로이트에서 라깡으로 연결되는 분석 텍스트에 관한 포스트시대의 정신분석담론을 다루고, 2부에서는 인간적 분석 텍스트에 대비되는 문학적 텍스트성 무의식에 관한 정신시학과 정신분석비평을 다루었습니다.

라깡은 "나의 역사 중 공백으로 표시되어 있거나 거짓말로 채워진 장이고 '검열된 장'이 무의식"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고서 문학텍스트나 영화속의 정신분석학이나 정신의 근본적 구조를 다른 시각, 다른 언어로 읽을 수 있다면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정신분석이 아니었으면 잘 보이지 않았을 새로운 사실들을 보게 되고 묻혀져 있을 수도 있는 새로운 의미들을 발견하는 기쁨이야말로 정신분석학적 글읽기의 참맛입니다.

"고고학적 메타포에 의하면 허구적이고 가설적인 구성물이 사실적인 기억과 같은 치료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거나 불완전한 대치물이 완전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논리는 상정하기 힘들다.

여기서 포로이트가 제시한 논리에 따르면, 분석적 의미는 과거의 철저한 복원이나 엄격한 역사적 재구성에 의해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적 구성과 그것에 대한 확신에 의해 결정된다. 과거가 원인이 되어, 혹은 근원이 되어 현재를 결정한다기보다는 현재의 상황논리로 과거의 의미를 결정한다."


우리들의 잊혀진 세월은 언제나 우리들의 무의식속에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파괴되지 않고 아직도 살아 있는 그 어떤 것일 때, 서사적 진리로써의 힘을 발휘하겠지요.

이 책 또한 독자들의 현재와 어떤 식으로든지 연결되어 있다면, 아마도 독자들은 이 텍스트 속에서 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관계와 의미의 망을 생성해 내고 그럼으로써 서사적 거미줄의 확장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