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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 아이들의 손을 누가 잡아 줄 것인가

NeoTrois 2019. 5. 5. 16:56

영화 <도가니>는 영화의 강력한 힘을 아주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관람 주체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내는데 가장 탁월한 예술 분야가 영화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킵니다.

2005년도에 발생한 실화를 재구성한 <도가니>(2011)를 보면서 관객들은 사건의 진실성에 의구심을 표합니다. 도대체 저런 사건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느냐는 거지요. 

믿고 싶지도 않고 인정할 수도 없는 사건입니다.

영화 <도가니> 줄거리
인호(공유)는 청각장애우들의 학교인 자애학원에 학교발전기금 5천만원을 내고 선생이 됩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형사는 태연하게 눈을 감아 주고, 교사들은 아이들을 폭행하기가 여사입니다.

학교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인호는 아이들을 통해 끔찍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거의 5년동안이나 교장과 행정실장, 교사가 번갈아가면서 장애아들을 상대로 성폭력과 학대를 일삼아 왔다는 것을요.

중반부부터 '자애학원'에서 일어났던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법정 스릴러물로 전환합니다. 장애아들의 인터뷰를 중심축으로해서 검사와 변호사의 공방이 이어집니다.

여기서 영화는 흑백의 대비를 분명하게 가릅니다. 학대받은 아이들이 있고, 그 아이들을 돕는 인호와 인권운동가 서유진(정유미)이 한쪽이고, 나머지는 세상 사람 모두입니다. 

관객들은 당연히 아이들을 돕는 쪽에 자신이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당한 일에 분노하면서 아이들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의 생각과는 많이 다릅니다. <도가니>는 그 딜레마를 '무진'이라는 안개도시로 형상화합니다. 선과 악을 이토록 분명하게 볼 수 있는데도, 정작 사람들은 경계가 불분명한 안개 속에서 살아갑니다.

인호는 그 흐릿한 경계를 고뇌하며 서성거립니다. 관객들은 말합니다. 제발 용감하게 그들을 응징하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인호에게 그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것은 인호의 반대편에 서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검사와 판사, 그들을 둘러싼 세계는 정의를 추구하면서도 정의의 굳건한 발판 위에 서 있지 못했습니다. 법은 어두운 곳에서 빛나는 것이 아닌, 힘의 권능을 발휘하는데 여념이 없어 보입니다. 도가니가 참여정부 때의 법원 판단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정의의 문제는 체제와도 무관해 보입니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처럼 그들도 같은 마음이었다면, 엔딩 크레딧이 그렇게 올라갈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 사건의 법적 판단은 모두 끝났습니다. 그러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니, 마음은 아마 그들도 같았을 것입니다. 인호와 그들이 달랐던 것은 마음이 아니라, 아이들의 손을 놓치 않았던 인호의 손길이었습니다. 그 때 그 사람들이 인호와 같이 아이들의 손을 마주 잡아주었더라면 법적 판단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도가니>는 고통받은 아이들의 이야기에 관객들을 놀라운 흡입력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 관객들은 짙은 안개에 당혹스러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