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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 ; 연애조작단> 연애사업도 성공할 수 있을까?

NeoTrois 2019. 2. 7. 01:33

김현석 감독의 <시라노 ; 연애조작단>(2010)은 영화처럼 분위기를 연출하면 연애에 성공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시작하여 사랑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이야기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입니다.

“시라노 에이전시“는 연애에 약한 남자들을 위해, 여자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남자들을 위해 연애를 조작해주는 대행 회사입니다. 일종의 연애사업이라고 할까요? 시라노 에이전시에 찾아오는 고객들은 당연히 여자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이 기발한 아이템으로 창업한 사람은 시라노 에이전시의 대표 병훈(엄태웅 분)입니다. 그의 역할을 보면 영화감독과 비슷해 보입니다. “시라노 에이전시”에는 시나리오 작가(박철민)가 있고, 의상담당(박신혜)과 스텝들(전아민)이 있습니다.

병훈은 이들을 데리고 의뢰인의 연애 성공을 위해 마치 영화 촬영 세트장처럼 분우기를 완벽하게 연출합니다. 경우에 따라 엑스트라 동원은 물론, 분무기를 동원하여 비를 뿌리는 정성까지 쏟습니다. 의뢰인은 그 순간 연애의 주연배우가 되는 것이지요.


상용은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이지만 정작 자신이 마음을 뺏긴 희중(이민정)에게는 사랑을 고백하지 못합니다. 상용은 돈은 잘 관리할 수 있어도 여성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어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희중이 병훈의 옛 애인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쯤에서 <시라노 ; 연애조작단>은 “여자와 눈을 절대 마주치지 말고 주변에서 서성거리다 결정적인 순간에 감동적인 멘트를 하라”는 유치한 연애작전은 잠시 접어 두고, 진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병훈은 의뢰인 상용에게 연애 코치를 해 줄수록 자신의 옛사랑 희중과의 추억이 되살아나며 괴로워하기 시작합니다.

병훈은 자신이 아직도 희중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정작 시라노 에이전시를 찾아야 할 사람은 자신이 아닐까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빠집니다.

병훈은 과거 운전주행 시험 때 희중을 처음 만나 프랑스 유학 시절 그녀와 불꽃같은 연애를 했습니다. 그러나 병훈은 그녀를 사랑했지만 여느 젊은이들처럼 그녀와 헤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둘은 조개탕에 반지를 던지는 것으로 그들의 짧은 연애사를 끝냈습니다.

병훈은 쉽게 사랑을 시작했지만 그 사랑을 지켜내고 성장시켜 나가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삶의 지혜를 몰랐던 것이지요.

반면, 희중은 희중대로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기 시작합니다. 옛 애인과 현재의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희중은 더욱 딜레마에 빠진 듯합니다.

상용도 마찬가지입니다. 희중을 그렇게 사랑하면서도 대필편지 속에 사랑을 담아야했던 시라노처럼 자신의 연애를 시라노 에이전시에 부탁해야만 하는 남자의 속마음은 어땠을까요?

<시라노 ; 연애조작단>의 연애 삼각관계를 보면 사랑을 어떻게 다루어야하는지 남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연출만으로는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매양 진지할 수만 없는 노릇도 또한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믿지 못해 사랑을 그만 둔 것이 아니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를 믿지 못했다”는 극중 희중의 언사는 우리들에게도 유효한 레토릭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다고 <시라노 ; 연애조작단>이 사랑의 아픔과 갈등을 지루하게만 다루는 재미없는 영화는 아닙니다. 위트 넘치는 대사로 무장한 배우들의 연기는 사랑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송새벽과 류현경 커플의 코믹 연기도 이 영화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재미입니다.

<시라노 ; 연애조작단>는 17세기 프랑스의 문필가 시라노 드 베라주라크(1619∼1655)의 일생을 소재로 한 동명의 희곡을 모티브로 한 영화입니다. 희곡 <시라노 드 베라주라크>는 큰 코 콤플렉스 때문에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고 친구를 위해 쓰는 대필편지 속에 자신의 사랑을 담아야 했던 시라노의 희극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입니다.

아참, 세상에는 절대 결혼해서는 안 될 남자들이 있습니다. 그런 놈과 결혼하면 평생이 불행해집니다. 영화 속 주인공 병훈과 상훈은 최소한 그런 남자는 아닌 것 같아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