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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기생 백지(한지혜)의 꿈

NeoTrois 2019. 5. 12. 11:07

이준익 감독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배경은 임진왜란이 코 앞에 닥친 1592년의 조선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민초들이 꿈꾸고 달려가는 왕국쯤 되겠습니다.

야심가 이몽학(차승원)이 이들 민초들을 규합하여 ‘대동계’를 만들어 한양을 접수하려 하자, 맹인 검객 황정학(황정민)은 이몽학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한신균의 서출 견자(백성현)를 검객으로 키워 맞선다는 것이 이야기의 큰 줄기입니다.

이몽학이 혁명을 꿈꾸며 따나가자 기생 백지는 연하남 견자를 새로운 기둥 서방으로 만들려 합니다. "이몽학이 어디 있느냐?"고 견자가 다그칠 때, 백지는 가슴을 치며 다소 유치하게 답합니다. " 이 안에 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이지요?

그리고는 백지는 다짐하듯 견자에게 묻습니다. "이몽학을 죽일 수 있느냐? 그럴 자신이 있느냐?" 이말을 들은 견자는 눈에 불이 들어옵니다. 

피가 거꾸로 솟은 견자는 대뜸 백지를 그 자리에서 덮칩니다. 가슴을 풀어헤친체 순순히 받아들이려는 백지를 보고 놀란 견자는 순간 멈칫합니다. 

이 때, 백지의 눈에는 살짝 실망의 빛이 지나갑니다. "그렇지, 자신이 없지? 넌 이몽학을 죽일 수 없지?"라고 백지가 되묻습니다. 

이몽학이 자신의 가슴 속에 살고 있으니 이몽학을 죽이기 위해서는 견자가 백지의 몸속으로 들어가야 되겠지요.

다시 장면이 바뀌어 야심한 시각, 이몽학이 백지를 찻습니다. 여기 기생집에 있으면 위태로울 수도 있으니 백지더러 도망치라고 합니다. 그러나 백지는 당당하게 몽학과 행동을 함께 하려고 합니다.

기생 백지는 몽학에게 과감한 키스를 퍼붓습니다. 그러나 자신에게 이미 거추장스런 존재가 되어버린 백지를 몽학이 거두어갈리가 없지요. 야릇한 키스도 아랑곳 없이 매정하게 떠나는 이몽학은 혁명에 미쳐버린 남자일 뿐이었습니다.

해가 뜨고 달이지고 몇번을 반복하고 우연찮게 견자와 백지는 관의 추격을 피해 함께 도망쳐 황정학에게 갑니다. 이준익 감독의 대리인 황정학은 큰 일을 하기 위해서는 관계가 깨끗해야 된다며 백지를 정리하라고 합니다.

견자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댕기도 풀지 않은 견자가 이미 맛보아 버린 기생 백지의 몸을 쉽게 잊을 수는 없을 듯 합니다. 무엇보다 백지의 애정공세가 만만치 않았을 것입니다. 조선시대 기생이었지만, 백지는 지금 봐도 당찬 여성으로 보입니다.

결국 감독은 이몽학과 견자의 대결에서 견자의 손을 들어 줍니다. 견자가 철천지 원수를 갚는다는 성공스토리를 완성시켜 주지요. 그러나 이준익 감독은 힘들게 만들어 온 견자와 백지의 감정선을 한 순간 혼란에 빠트리고 맙니다.

즉, 마지막 순간에서 백지의 꿈을 감독은 모른척하고, 백지를 죽어가는 이몽학의 품에 안기게 합니다. 과연 백지의 꿈이 그것이었을까요?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는 시나리오가 매끄럽지 못했고, 이야기도 온전하지 못했던 같습니다.

백지역을 맡은 한지혜는 한 복이 잘 어울리는 배우였습니다. 쌍거풀도 없었고, 귀의 모양새도 특이했습니다. 현대여성 한지혜와 조선시대 기생 한지혜의 화보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