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티어노의 <스토리텔링의 비밀>(2008)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 현대 영화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시나리오 쓰기 입문서입니다.
영화 <플레전트빌>(1998)의 작가이자 감독인 게리 로스는 UCLA와 남캘리포니아대학 USC에서 강의 교재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사용하면서, "42페이지로 구성된 시나리오 쓰기에 관한 가장 간결하고 정확한 최고의 책"이라고 추켜 세웠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시나리오와 <시학>에 대한 딱딱한 학술적인 연구서는 아닙니다. 저자가 말하듯이 이 책은 영화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관객들은 이야기에 왜,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이해하기 위한 지침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래디에이터>나 <타이타닉>이 왜 그렇게 감명 깊었던가를 이 책을 읽고 나면 절로 고개가 끄떡여집니다.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영화들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네가지 비극적인 요소, 즉 운명의 반전과 발견, 스펙터클, 그리고 고통이 골고루 들어 있는 고전적인 이야기의 전형이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원하는 것을 말하라(Say what the story demands)"로 시작한 이책은 액션 아이디어와 플롯의 중요성 등 시나리오 쓰기에 있어서 결정적인 요소들을 21편의 영화들에 적용하여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액션 아이디어란 아리스토텔레스가 "행동(Action)을 이야기의 아이디어(Idea)로 생각하라"고 했듯이 행동이 사람, 곧 인물보다 중요하며 이야기는 반드시 행동에 관한 것이어야 하며, 따라서 훌륭한 영화는 하나의 '액션 아이디어'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거대 서사시인 <오뒤세이아>를 지탱하고 있는 액션 아이디어를 다음과 같고, 스토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액션 아이디어이고 나머지는 다 곁가지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 시학 17장, 마이클 티어노의 『스토리텔링의 비밀』(김윤철 옮김, 아우라, 2008) p. 93에서 재인용
영화를 보고나서 이 액션 아이디어를 정리해 보면 그 영화가 왜 재미가 없었는지, 또는 왜 감동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이치입니다.
이 책은 시나리오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아 발견을 원하는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저자 마이클 티어노(Michael Tierno)는 시나리오 작가 겸 독립영화 <오디션>의 감독. 미라맥스 필름, IDT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스토리 애널리스트로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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