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박중훈의 '체포왕', 인간은 고쳐 쓸 수 없다

NeoTrois 2019. 2. 13. 20:01

임찬익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 <체포왕>(2011)은 실적 챙기기에 급급했던 두 형사가 정의로운 형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버디 무비입니다.

올해의 체포왕에 상금으로 걸린 삼천만원을 노리는 두 형사의 좌충우돌이 제법 웃기기 시작합니다.

마포경찰서의 속물 팀장 황재성(박중훈)은 빈번히 관할 구역이 맞붙은 서대문 경찰서의 실적을 교활하게 가로챕니다.

서대문 경찰서에 새로 부임한 신참 팀장 정의찬(이선균)이 그에게 도전장을 던지며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어느 날 황재성 팀장은 이상하게도 개과천선하여 정의의 수호천사로 변신합니다. 그리고 성범죄 피해 여성들이 영화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합니다. 영화가 재미없어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관객들의 눈에는 실적과 출세에 눈 먼 황재성 팀장이 오히려 그답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한 인간이 오랫동안 구축해 온 생활양식은 좀처럼 바뀌지 않습니다. 우리들의 일반적인 경험칙에 반하는 내러티브 전개는 관객들을 황당하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알프레드 아들러는 인간의 원형과 그 원형이 쌓아온 생활양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체포왕>은 관객들이 설득당하기도 전에 너무 쉽게 한 인간의 성격을 바꾸어버렸습니다.

우리 인생이 그렇듯이 영화 또한 사회적 약자를 어쭙잖게 대변하려 들지 않는 것이 좋은 영화가 아닐까요? 좋은 영화는 자신이 영화 밖으로 걸어 나와 억압받는 소수자의 대변자인 마냥 행세하지도 않는 법이니까요.

모든 영화가 정의로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모든 영화가 감동을 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체포왕>은 한 편의 영화 안에 너무 많은 종류의 감동을 담으려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동을 억지로 끌어내려 했다고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