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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끼] 마지막 반전이 돋보이는 범죄 스릴러

NeoTrois 2019. 1. 26. 18:41

영화 <이끼>(2010)는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강우석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인데, 원작 보다 못했단 평이 많았었죠.

 

원작을 보지 않고 영화를 봤던 나는 세 시간에 육박하는 상영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만.

 

감독 강우석은 <실미도>(2003)로 한국영화가 오랫동안 기다려 온 천만 돌파 영화시대를 열었었던 감독입니다만,

 

첫 천만 돌파 감독이라는 자신감으로 제작비 100억 원을 쏟아 부어 만든 영화가 <한반도>(2006)였는데, 혹평과 함께 흥행에도 대실패를 하면서 흑역사가 됐습니다.

 

[이끼 줄거리]

<이끼>의 이야기 구조는 조금 복잡해요. 1978년 즈음에서 시작한 <이끼>는 오프닝 타이틀과 함께 20년을 점프하여 해국(박해일)이 의절했던 아버지 류목형의 부고 소식을 접하고 아버지가 살던 시골 마을로 찾아가면서 이야기를 시작해요.

 


마을 사람들은 장례가 끝나자 해국에게 서울로 떠날 것을 은근 강요해요. 마을 사람이라고 해봤자 이장 천용덕(정재영)과 덕천(유해진), 석만(김상호), 성규(김준배), 그리고 점방을 하는 영지(유선), 이렇게 다섯 명이 고작이에요.

 

마을 사람들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음을 직감한 해국은 자신이 골탕 먹여 좌천시켰던 검사 박민욱(유준상)에게 사건 조사를 의뢰하죠.

 

해국은 아버지의 죽음에 접근할수록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위험에 처하게 되고 포기하고 탈출을 기도합니다. 그 때마다 이 마을의 홍일점 영지가 도움을 주며 용기를 북돋아 주죠.

 

영화 <이끼>의 여러 차례에 걸친 플래시백에 의하면,

형사였던 천용덕은 극악무도한 중범죄자들을 갱생시키기 위해 류목형 등과 시골마을에 정착하였고, 류목형의 구원자적인 아우라를 이용하여 부를 축적하고 마을을 자신만의 왕국으로 건설했습니다. 천용덕은 더 이상 이용가치가 없는 류목형을 가옥에 유폐시켜요.

 

이제 영화 <이끼>는 류목형이 누가 왜 죽였는가를 추적해 들어갑니다. 류목형과 천용덕이 이상세계를 건설한다며 이 마을로 오던 날 공교롭게도 류목형과 알력관계에 있던 기도원의 신자들이 모두 죽는 참극이 벌어졌었는데, 천용덕은 류목형이 기도원의 사람을 죽였다고 주장하고, 영지는 천용덕이 그들을 죽이고 그들의 재산을 가로챘다고 주장합니다.

 

영지는 류목형이 죽자 휴대폰으로 해국에게 부음을 전했고, 마을로 올 것을 독촉하였으며, 해국이 이 마을의 비밀을 풀어가는 고비마다 아무도 몰래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었죠.

 

다시 한번 <이끼>의 플래시백을 톺아보면, 영지는 어린 나이에 네 명의 남자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한 후 류목형의 도움으로 안정을 되찾게 되고 류목형과 함께 이 마을로 함께 와 살게 되었던 것이지요.

 

류목형은 구약성경 출애굽기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생명에는 생명’에 기대 천용덕으로 하여금 그 네 명의 남자들에게 동해보복(同害報復)할 것을 부탁하고 천용덕은 그대로 실행했었어요.

 

[이끼 결말]

류목형은 천용덕 일당이 갱신되지 않자 칼로서 천용덕에게도 동해보복을 기도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렇다면 목형이 사탄 같은 기도원에 대해도 동해보복을 하지 않았다고 단정하는 것도 힘들어 보입니다.

 

어린 시절 네 명의 남자들로부터 폭행당하였던 영지는 성장하여 네 명의 남자들의 욕정을 채워주고 있는 역할을 해요. 해국을 살해하려던 성규가 그녀의 말을 순순히 듣는 것으로 보아 그녀는 단순히 네 명의 공창을 넘어선 그 어떤 여성인걸 알 수 있어요.

 

류목형은 이상세계를 건설하겠다는 일념으로 마을에 왔다 실패했을 뿐이었고, 천용덕은 그런 류목형을 철저하게 이용하고 그를 버렸을 뿐이에요. 그런데 영지, 이 여자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부분이 붉게 밑줄 그어진 성경을 꼭 안고 지내던 어린 영지는 자신을 성폭행한 네 남자를 류목형이 동해보복해 줄 것을 기도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 기도원 사람들마저 스스로 동해보복 하였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마을 모든 남자와 몸을 섞고 살았던 영지는 마침내 자기가 네 남자의 공창이 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한 류목형과 그 남자들을 단호하게 처벌하기로 작정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엔딩 숏의 팜므 파탈을 연상시키는 영지의 야릇한 표정이 이런 상상을 부추기는 것이지요. 엔딩 시퀀스를 걷어내고 보면 영화 <이끼>는 이상과 현실을 둘러싼 사내들의 욕망의 대결을 그린 영화로 볼 수 있어요.

 

그러나 마지막 1분, 영지가 등장하면서 <이끼>는 세상 모든 남자를 적으로 삼았던 여자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