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혹은 로맹 가리의 성장소설

NeoTrois 2019. 2. 8. 19:36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은 열네 살 소년 모모가 커다란 상처를 딛고 어른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프랑스의 성장소설입니다.

작가 에밀 아자르는 로맹 가리의 필명으로 발표한 <자기 앞의 생>이란 작품으로 공쿠르상을 두 번이나 받게 되면서 프랑스 문단에 일대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공쿠르상은 한 작가에 두번 수여하지 않는데, 로맹 가리는 1956년 <하늘의 뿌리>로 공쿠르상을 이미 수상했기 때문이었죠.

에밀 아자르가 로맹 가리였다는 사실은 1980년 12우얼 2일 로맹 가리가 프랑스에서 자살한 이후 발견된 유서를 통해서 밝혀졌다고 합니다.

<자기 앞의 생>을 읽고 열네 살 모모가 입었던 커다란 상처에 대해서, 모모가 그 상처를 극복해가면서 얻은 깨달음에 대하여 생각하면 모모가 어떤 어른이 되어 있을까 가끔 생각해봐요.

그만큼 소설 속 어린 모모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남아 있어요.

자, 그럼 이제부터 소설 <자기 앞의 생>의 주인공 모모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열 살 난 모모는 로자 아줌마의 아파트에서 함께 살고 있었어요. 로자 아줌마 아파트에는 모모처럼 엄마 없는 아이들이 대 여섯 명 모여살고 있지요.

모모가 살고 있는 벨빌은 유태인과 아랍인, 흑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요. 로자 아줌마는 폴란드 태생 유태인이었지만, 젊었을 때 수년간 모로코와 알제리에서 몸으로 벌어먹고 살았답니다.

오층에 사는 롤라 아줌마는 여장 남자로, 불로뉴 숲에서 일했습니다. 세네갈에서는 권투 챔피언이었죠. 롤라 아줌마는 뒤에 모모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됩니다.

모모는 가게 주인이 여자인 곳에서 물건을 훔치는 나쁜 습관이 있었어요. 그 이유는 자기 엄마도 틀림없이 여자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엄마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어린 모모에게 나쁜 용기를 심어 주었죠.

모모가 식료품점 앞 진열대 위의 달걀을 하나 훔쳤을 때, 가게 주인이 “너 참 귀엽게 생겨구나?” 말하고는 달걀을 하나 더 집어서 주며 뽀뽀를 해준 일이 있어요.

그때 모모는 한순간 희망 비슷한 것을 맛보았어요. 처음으로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을 만났으니까요.

소설 <자기 앞의 생>의 등장인물 중에서 카츠 선생님은 특히 모모를 아껴 주신 의사 선생님이었습니다. 

카츠 선생님은 비송 거리의 유태인과 아랍인들 사이에서 기독교적인 자비심을 베푸는 사람으로 유명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때로는 밤늦게 찾아오는 사람까지 다 치료해 주었습니다.

모모는 그에 대해 아주 좋은 추억을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모모에게 건네는 관심어린 말을 들은 것도, 자신이 무슨 소중한 존재라도 되는 양 진찰을 받은 것도 바로 카츠 선생님의 진료소에서였기 때문이에요.

로자 아줌마는 평생 치유될 수 없는 트라우마가 있었어요. 로자 아줌마가 독일 점령군에 배속된 프랑스 경찰에게 불시에 잡혀서 독일의 유태인 수용소 아우슈비츠까지 끌려간 사건 때문이었어요. 그것도 로자 아줌마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애인이란 녀석이 돈을 몽땅 빼앗은 뒤 마치 독일인에게 유태인을 넘기듯 프랑스 경찰에 그녀를 넘겨버렸죠.

어느 일요일, 로자 아줌마는 아침나절 내내 울고 있었어요. 그녀는 때때로 아무런 이유도 없이 하루 종일 울기도 했는데, 그럴 때는 모모는 실컷 울도록 그녀를 내버려뒀어요.

아줌마에게는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임을 어린 모모는 알고 있었던 거예요.

모모는 열 살이 넘어가자 늙어가는 로자 아줌마를 도와야 했습니다. 그리고 자기 장래도 걱정하기 시작했죠. 만약 모모 혼자 남게 되면 빈민구제소로 들어가야 할 테니까요.

모모는 그런 걱정으로 밤마다 잠을 이룰 수가 없었고, 로자 아줌마가 죽진 않을까 싶어 옆에 앉아 있곤 했어요.

모모는 어렸을 때부터 이웃에 사는 하밀 할아버지에게 모르는 것을 물어보곤 했어요. 하밀 할아버지는 인정이란, 인생이라는 커다란 책 속의 쉼표에 불과하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러나 모모는 죽기 직전 병든 로자 아줌마가 유태인의 눈을 한 채 자신을 바라볼 때면 인정은 쉼표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인생 전체를 담은 커다란 책 같았고, 모모는 그 책을 보고 싶지 않았다고 해요.

정말 가슴 아픈 대목이었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인정은 쉼표가 아닌 인생 그 자체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소설 <자기 앞의 생>의 종반부는 너무 슬퍼 여기 옮길 수가 없네요. 여러분도 한 번 읽어 보세요. 모모의 상처와 슬픔이 커다란 울림과 함께 우리 앞의 생에 대한 깨달음을 선사할 것이라 믿어요.


작가 로맹 가리는 필명이 서너 개나 되었다고 해요. 권총 자살로 비극적인 생을 마감한 로맹가리는 영화 <네 멋대로 해라>의 여배우 진 세버그의 세 번째 남편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 2003년 번역 출간된 <자기 앞의 생>은 2015년 3월 20일 1판 46쇄를 찍었습니다.